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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Apr 28. 2019

탈서사의 시대,  웹툰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 feat. 「기기괴괴」

퇴근해 뒹굴뒹굴 유튜브를 보다가 ‘무빙툰’을 보게 됐다. 웹툰의 진화였다. 네이버가 무빙툰을 선보인 것이 2015년이다. 네이버는 작가들이 이미지 파일을 선택한 후 이동, 확대, 축소, 회전, 흔들기 등 원하는 효과를 넣을 수 있게 특수효과 소프트웨어 ‘웹툰 효과 에디터’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하일권의 「고고고」는 총을 쏘면 휴대전화에 진동이 울리는 등 마치 4D 영화를 감상하듯 새로운 감각으로 웹툰을 즐기는 길을 열어줬다. 네이버는 이미 2011년, 귀신들이 튀어나오는 효과를 주어 웹툰 「봉천동 귀신」을 히트시킨 바 있다. 이후 네이버는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컷툰’(개별 컷을 페이지로 치환해 그 컷마다 댓글을 달거나 공유할 수 있는 웹툰), ‘스마트툰’(터치만으로 페이지를 여러 방향으로 전환하거나 확대하는 등 향유자를 위한 다양한 효과가 가미된 웹툰)을 선보였고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AR툰’을 실험하다 결국 ‘스낵 애니메이션’ 콘셉트의 ‘플레이툰’을 오픈했다. 웹툰을 5분 내외의 짧은 영상으로 만들어 선보인 ‘플레이툰’은 2017년 9월 20일부터 서비스됐다. 현재 플레이툰 애플리케이션에는 웹툰 원작의 웹드라마도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다.



모바일 환경에 맞게 진화하고 있는 웹툰은 이렇듯 영상 콘텐츠로 향유자에게 다가감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웹툰이 가진 원작 가치도 극대화하고 있다. 플레이툰의 시사점은 또 있다. 동영상뿐만 아니라 음악, 게임, 커머스 등 웹툰과 관련 있는 다른 콘텐츠를 접목해 글로벌 시장에서 선보이는 종합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도약 가능성이다. 웹툰 시장은 단지 그 자체 시장의 파이만 키운 것이 아니라 전체 콘텐츠 시장을 성장시켰다. 이러한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플레이툰, 무빙툰 등 동영상의 형태로 제공되는 웹툰 서비스는 새로운 콘텐츠 시장 가능성을 열어주며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은 영상의 시대다. 네이버가 플레이툰을 공개한 2017년 9월 무렵은 유튜브가 구독자 데이터의 패턴과 변동을 더욱 쉽게 분석할 수 있도록 구독 소스를 추가한 시점이다. 예스24에 따르면 “유튜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독자들이 찾는 책의 유형도 달라졌다. 2013년에는 유튜브를 기업으로서 조망하는  『유튜브 이야기』 가 인기를 끈 반면, 2014년은 유튜브를 페이스북, 블로그와 같이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1시간에 끝내는 5가지 소셜 사용법』이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아울러 다양한 스타 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2016년부터는 『YouTube 유튜브로 돈 벌기』 , 『유튜브의 신』  등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실전서들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이러한 콘텐츠 시장의 흐름은 중요하다.  2016년부터 1인 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며 영상의 시대가 꽃을 피웠고 그다음 해 유튜브는 구독 소스를 추가한다. 이어 플레이툰이 오픈된 것이다.


플레이툰의 강점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으로 「기기괴괴」를 꼽고 싶다. 「봉봉오쇼콜라」와 「절벽귀」의 오성대 작가가 그린 「기기괴괴」는 옴니버스 미스터리 스릴러로, 기묘하고 괴상한 이야기들이 담긴 웹툰이다. 2018년 5월부터 소담출판사에서 종이책으로도 출간되고 있는 이 웹툰의 오성대 작가는 “한국의 이토 준지”라는 평을 듣고 있다. 연재했던 에피소드 중 「성형수」는 독창적인 스토리로 중국에서 영화화될 예정이고, 「아내의 기억」 또한 독특한 소재로 좋은 반응을 얻어 TV 프로그램 <기묘한 이야기>에 각색되었다. 사실 기묘하고 괴상한 이야기, 공포 이야기는 예로부터 인기 있는 소재다. 공포는 시대적 감각, 문화사회적 배경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기기괴괴」 역시 현대인들의 고질병인 불면증, 자본주의와 뒤틀린 사랑이 낳은 파국 등 우리 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는 공포를 그려 에피소드마다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다.



웹툰 「기기괴괴」가 플레이툰으로서 독자에게 소구하는 점도 바로 이 ‘공포’에 있다. 이는 8년 전 네이버가 히트시켰던 「봉천동 귀신」이 향유자를 사로잡은 것과 비슷한 이유일 테다. 그러나 2019년의 「기기괴괴」는 2011년의 「봉천동 귀신」보다 확실히 진일보했다.


간단한 특수효과는 말할 것도 없고 무빙툰 역시 그림이 단순하게 움직임을 반복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프레임 내부의 요소 혹은 프레임 자체가 물리적으로 운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빙툰을 볼 때 향유자는 단순히 그림을 영상으로 펼쳐놓은 듯한, 정적인 느낌을 받는다. 그럼에도 스크롤을 내리며 수많은 칸들을 보는 수고를 덜어줬기에 분명히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반면 플레이툰은 분량이 짧을 뿐 실상 애니메이션과 큰 차이를 못 느끼게 한다. 성우들이 등장인물에 맞게 내레이션을 하는데, 만화는 소설이나 논픽션과는 달리 지문이 거의 없고 대사로만 이루어져 있으므로 오디오북보다 플레이툰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있어 훨씬 위화감이 없다.


여기에 「기기괴괴」의 경우, 웹툰으로는 미처 다 느끼지 못할, 영상으로 구현되는 ‘갑툭튀’의 생생한 충격이 펄떡인다. 이렇게 웹툰이 영상화되면서 기존 만화책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느꼈던 구조적이고 전체적인 향유, 스크롤을 내리면서 감각하는 수직적, 질서적인 향유는 해체된다. 「기기괴괴」가 웹툰으로 서비스되면서도 플레이툰으로도 향유자를 만나는 이유는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탈서사의 시대, 영상으로 구현되는 이미지의 날 선 감각이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 콘텐츠 시장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제작과 감상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킨 플레이툰이 당신에게 묻고 있다.   



출판전문지 <기획회의> 486호(2019. 04. 20 발행) '리뷰' 코너에 게재한 글입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72135242?scode=029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8949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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