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편집의 맛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뭉치 Jun 17. 2019

시간이 없다구요 아.시.겠.어.요?

- 내 멋대로 유튜버 구도 쉘리

이 글을 쓰는 2019년 6월 12일 현재, 유튜버 구도 쉘리의 구독자는 27만 명이다. 검은색 브라탑에 질끈 묶은 머리,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출근 전 핵불닭볶음면 2개를 먹는 구도 쉘리는 이 영상 하나로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며 그야말로 빵 떴다.


쉘리의 핵불닭볶음면 먹방(위)과 권혁수의 쉘리 패러디(아래)


쉘리의 채널은 호주 쉘리, 싹수 쉘리, 미동 쉘리, 구도 쉘리 총 4개로 각각 '쉘리의 Q&A/일상/사담/ 썰 채널', '쉘리의 다이어트 먹방 일상 브이로그 채널', '쉘리의 호주 멜버른 일상 라이브 스트리밍 채널', '쉘리의 다이어트 먹방 채널'로 분류된다. 이 중 다이어트 먹방 채널인 '구도 쉘리'가 가장 구독자 수가 많다.


구도 쉘리 채널


언뜻 보기엔 그리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쉘리의 먹방 영상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쉘리의 검은색 브라탑 패션이 파격적이고, 또 그에 대해 사람들이 왈가왈부하기는 한다. 그렇다 보니 쉘리가 '한국에서는 이런 옷 안입니? 아님 못입니?'라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는 사회가 주는 우울과 스트레스로 만연한 '폭식'에 대한 공감과, 쉘리 자신의 남다른 당당함 그리고 자존감이 인기의 요인 아닐까 싶다. 사회가 정해놓은 틀과 기준은 그에 맞지 않는 이들의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공고해져 왔다. 누군가의 상실감과 패배감을 동력 삼아 시스템은 풍선처럼 거대해진다. 쉘리는 예의 그 당돌하고 흡인력 있는 말투로 사회가 정해놓은 틀과 기준을 벗어나자고 말한다. 그건 내가 정한 게 아니니까. 오히려 우리가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은 사회가 제시한 그 무엇이 아니라 우리 자신, 그러니까 나 자신이라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이런 옷 안입니? 아님 못입니?


지난 5월 말 악의적 신고 테러로 인해 잠시 유튜브 계정이 정지됐을 때 쉘리는 다음과 같은 글로 다시 한번 샤덴프로이데((독일어 Schadenfreude, 또는 드물게 Schadensfreude. 샤덴프로이데는 남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을 말한다. 상반되는 뜻을 담은 두 독일어 단어 'Schaden' (손실, 고통)과 'Freude' (환희, 기쁨)의 합성어이다)들의 뼈를 때렸다.


황당했지? 어이없었지? 관심 못 받아야 할 사람이 관심받아서 자괴감 들었지? 내가 의도한 거 정말 아니었어, 나도 당황스럽다, 정말 미안해. 내 인생을 돌아보면 나는 끊임없는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무언가를 항상 해왔던 거 같아. ‘난 해도 안 돼’ ‘난 태어났을 때 조건이 갖추어있지 않았어’라고 신세 한탄 안 하고. 난 천재는 아닌데 ‘노력형’인 거 같고 ‘끈기’와 ‘인내심’이 좀 있는 거 같아. 난 당신의 인생이 부럽다고 동경하지 않고 당신의 인생이 나보다 못나다고 안심하지 않아.


어쩌면 우리가 구도 쉘리에 열광하는 것은 지나치게 사회와 시대의 눈치를 보며 주눅 들어왔던 우리 자신에 대한 위로일지도 모른다. 타인의 인생이 부럽다고 동경하거나, 타인의 인생이 나보다 못하다고 안심하지 않고 그저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 오늘의 우리에겐 그것이 중요하다.

 


이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김뭉치의 브런치를 구독해주세요.


이 글을 읽고 김뭉치가 궁금해졌다면 김뭉치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주세요.

https://www.instagram.com/edit_or_h/?hl=ko


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 

http://bitly.kr/PH2QwV

http://bitly.kr/tU8tzB


매거진의 이전글 측정을 통해 관리되는 마케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