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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Sep 04. 2018

잘나가는 구찌에 숨겨진 비밀

-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어떻게 구찌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했는가

구찌의 메일링 서비스를 받아보고 있다. 실비 라인을 좋아해서 가끔씩 디자인을 살펴보곤 하는데, 최근에는 2018 가을/겨울 패션쇼 컬렉션 룩북으로 이어지는 메일이 도착했다.


구찌 '2018 가을/겨울 패션쇼 컬렉션 룩북으로 만나보기'라는 메일이 도착했다 ⓒ 구찌 메일링 서비스


저는 실비 라인을 좋아합니다♡ ⓒ 구찌 홈페이지


컬렉션을 보니 2015년 알렉산드로 미켈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한 뒤 달라진 구찌의 면면이 잘 드러났다. 우리는 그저 미켈레가 화려한 꽃무늬나 동식물 모티프 자수, 장식을 활용한 대담한 디자인으로 무장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화려함이 기존의 고루했던 구찌 이미지를 깨부수었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동안 미켈레의 구찌는 젠더와 세대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컬렉션을 선보이더니 급기야 올해는 사이보그를 전면에 내세웠다. 자신의 얼굴과 똑같은 또 다른 얼굴을 들고 있는 소녀랄지, 아기 용이나 도마뱀을 들고 있는 모델을 보면 불안하고 끔찍하다. 미켈레는 말했다. "이제 더 이상 우리는 소녀나 소년이 아닙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되고 싶은 것을 결정해야 합니다."


2018 구찌 FW쇼는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 』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 구찌 홈페이지


이번 FW쇼는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 』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국내에선 올해 12월 책세상 출판사에서 발간 예정이다). 도나 해러웨이는 과학과 철학, 페미니즘을 바탕으로 남성 대 여성, 자연 대 문화 등 무수한 이분법적 사유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독창적 사상가다. 『사이보그 선언』은 스타워즈와 신냉전의 시대였던 20세기 후반을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분석하면서 여성을 인간과 동물과 기계와의 융합으로 이루어진 사이보그로 코드화한 글이다. 이 책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2018 구찌 FW쇼에서는 러시아의 바부시카, 중국 잠옷, 스코틀렌드 체크와 영국의 트위드 등이 혼재돼 있었다.


2018 구찌 FW쇼에서는 러시아의 바부시카, 중국 잠옷, 스코틀렌드 체크와 영국의 트위드 등이 혼재돼 있었다 ⓒ 구찌 홈페이지


위트와 재치가 넘치는 이 크리에이티브한 디자이너 영입 이후 구찌는 연간 50%의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중이라 한다. 특히 구찌 소비자의 50% 이상이 35세 미만이라는 점은 다른 명품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강점이라고.


지금까지 미켈레가 보여준 컬렉션들, 특히 올해 FW쇼를 보면, 이쯤하면 옷을 입는 게 아니라 철학을 입었다고 할 만한데, 구찌의 기기묘묘한 매력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하는 게 아닐까. 당신이 그걸 알고 입었든, 모르고 입었든.


구찌의 기기묘묘한 매력은 철학을 담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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