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편집의 맛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뭉치 Sep 05. 2018

'선미'라는 장르

어제 선미가 컴백했다. 솔로 댄스 여가수 기근 시대에 솔로 데뷔 후 승승장구한 선미여서일까. 평소 전혀 관심 없던 남편까지도 “오늘 선미 컴백한다며?”라고 물어올 정도였다.    


  

어제 선미가 컴백했다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선미가 처음으로 솔로로 데뷔했던 <24시간이 모자라> 이후 <보름달>을 거쳐 자칭 타칭 ‘경고 3부작’이라는 <가시나>와 <주인공>, 이번 새 앨범 'WARNING'의 타이틀곡인 <사이렌>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사실 처음에는 원더걸스라는 그룹 내에서 얌전하고 조용해보였던 선미가 이런 폭발력을 가지고 있으리라곤 짐작 못했다. <24시간이 모자라>가 발표되기 전에는 선미가 하면 얼마나 하겠어, 하는 심정이었고 <보름달>이 나오기 전에는 전곡의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그러다 선미표 경고 트릴로지의 첫 번째 곡 <가시나>에 이르러서는 선미를 완전히 신뢰하게 됐다. 자기만의 컬러로, 본인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완성된 무대 퍼포먼스는 눈과 귀를 모두 사로잡았다. 그리고 어제, <사이렌> 뮤직비디오와 쇼케이스를 보며 선미라는 장르가 확고히 자리 잡았다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선미표 경고 트릴로지의 첫 번째 곡 <가시나>에 이르러서는 선미를 완전히 신뢰하게 됐다


<사이렌>은 이미 유빈이 <숙녀>로 선취한 시티팝의 레트로한 느낌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좀 더 트렌디하다. 앞서 원더걸스는 데뷔 때부터 복고적 느낌을 가미한 곡으로 승부를 봤으며 2015년 ‘Reboot’ 앨범에서는 이번의 <사이렌>과 비슷한 댄스팝의 느낌을 물씬 풍겼더랬다. 그 명맥을 잇는 것처럼 들린 <사이렌>은 사실 <Why So Lonely>와 경합을 벌였으나 밴드 편곡과 어울리지 않아 결국 타이틀곡에서 배제된 선미의 자작곡이라고 한다.        


<사이렌>은 사실 <Why So Lonely> 와 경합을 벌였으나 밴드 편곡과 어울리지 않아 결국 타이틀곡에서 배제된 선미의 자작곡이라고 한다


당연하게도 <사이렌>은 그리스 신화의 세이렌과 경보음인 사이렌을 통칭한다. 선미는 신화 속에서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하는 세이렌에 대해 알게 된 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낯선 조류>에 나오는 인어 세이렌을 찾아보고 본인이 잘 표현할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해 욕심을 냈다고 한다. 뮤직비디오도 세이렌의 이미지를 적극 차용해 선미만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세이렌의 노래를 거부하려 하지만 끝내는 유혹에 잠식당하고 세이렌이 되어 버리는 선미의 이야기다.        


선미는 <캐리비안의 해적-낯선 조류>에 나오는 세이렌을 찾아보고 본인이 잘 표현할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해 욕심을 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가시나> 역시 마치 고려가요 「가시리」의 변용 같았다. “가시리 가시리잇고 버리고 가시리잇고 날러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리잇고”라는 「가시리」의 노랫말이 절로 떠오른다. <가시나>에서 연인에게 버림받은 여자는 <주인공>에서 또 한 번 상처받지만 <사이렌>에선 팜므파탈로 화한다(역시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는 걸까). <주인공>에서 상처받은 여자의 모습이 <사이렌>에는 없다는 점에서 조금은 주체적인 여성상이 보여 반갑다.      


뮤직비디오도 세이렌의 이미지를 적극 차용해 선미만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개인적으로 선미의 음악은 다른 솔로 댄스 여가수 현아에 비해 대중적이고 청하에 비해 성숙하다고 생각한다. <사이렌>은 현재 음원 사이트 멜론, 지니뮤직, 벅스, 엠넷, 올레뮤직, 소리바다, 네이버뮤직 등 7개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이렌>은 현재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1위에 올랐다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이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김뭉치의 브런치를 구독해주세요.


이 글을 읽고 김뭉치가 궁금해졌다면 김뭉치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주세요.

https://www.instagram.com/edit_or_h/


매거진의 이전글 끌로드마농의 디테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