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전 손택의 일기와 노트 1947~1963
당신 뜻대로 돌아가실 권리는 전적으로 어머니에게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살기 위해 투쟁했고, 그 선택으로 나는 말할 것도 없고 후대에 어떤 빚도 지지 않았다.
- p. 5
일기에서 받은 가장 놀라운 인상은 어머니가 청년에서 노인이 될 때까지 세상과 자기 자신을 향해 같은 싸움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예술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의식, 자기 판단이 옳다는 놀라운 자신감, 엄처난 갈망, 즉 모든 음악을 다 듣고, 모든 미술 작품을 다 봐야 하며, 모든 위대한 문학작품에 정통해야 한다는 의식은 읽고 싶은 책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읽은 후에 표시하기 시작하던 때부터 존재한다.
- p. 11
온통 엄마 생각뿐이다. 엄마가 얼마나 예뻤는지, 피부가 얼마나 매끄러웠는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지난밤 엄마가 얼마나 격렬하게 몸을 흔들며 울었는지. 엄마는 다른 방에 있던 아빠가 우는 소리를 듣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그래서 눈물을 꾹꾹 삼킬 때마다 커다란 딸꾹질 같은 소리가 났다. 그런 메마른 관계에 자진해서 들어가다니. 아니, 관습에 따라 고분고분 그런 메마른 관계에 들어가다니 사람들은 얼마나 겁쟁이들인가? 얼마나 불쾌하고 황량하고 비참한 삶인가?
이렇게 엉망진창이면서도 절대 저항하지도 않다니, 어떻게 해야 엄마에게 더 상처를 입힐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내가 더 잔인해질 수 있을까?
- p.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