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내 박자

자기 연민에 대하여

- 자기 연민형 범죄자로 가득한 <마인드 헌터>를 보고

by 김뭉치

오늘은 문득 '자기 연민'에 대해 생각했다.


넉넉지 않은 형편과 가정폭력으로 얼룩진 어린 시절엔 종종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걸까, 마른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으며 생각하곤 했다. 여덟 살, 아홉 살 무렵 소아 성애자였을 법한 변태 남성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나서는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알 수 없는 누군가를 원망하곤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열일곱이 되었을 무렵부터는 모든 사람들의 인생엔 저마다 말 못 하는 구멍 하나쯤 있지 않겠냐고 생각하게 됐다. 차마 말할 수 없고 말하기 싫은 그 구멍이 점차 커지지만 사람들은 그저 그 구멍을 얇은 천 하나로 가리고선 그저 살아간다.


나는 스스로를 연민하며 불행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기보단 그저 살아가는 편을 택한 것 같다. 세상엔 나보다 더한 고통과 슬픔을 껴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고 내 불행이 그중 가장 특출 난 것도 아니기에, 나는 그저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비록 이것이 정신승리라 할지라도.


대책 없는 낙천성은 가끔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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