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 동생이 결혼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난 뒤 동생 부부는 뒷풀이에 참석하러 갔다. 우리 부부는 시어머니와 함께 동해에 내려온 터라 어머니를 모시고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아빠는 친구분들의 뒷풀이 장소로 가기 전 사진관에 들렀다 한다. 아마도 아빠의 결혼식 이후로 처음이었을 헤어 스타일링과 메이크업이 아까워서 아빠는 그동안 마음만 먹었던 일을 하였다 했다.
아빠는 영정사진을 찍었다. 6만 5000원. 예상보다 큰 죽음 맞이 비용에 놀랐지만 훗날 남겨질 가족들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잘한 일 같다 했다. 내일이면 사진을 찾으러 갈 거라며, 본인 마음은 그게 아닌데 아무래도 다른 가족들이 들으면 가슴 아파할 것 같다고, 나만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한다.
동생네 부부가 신행에서 돌아오는 날, 아빠는 갓 찍은 영정사진 액자를 감출 것인가. 나는 가슴이 뛰었다. 동생네 부부가 신혼여행을 간 다음 날, 아빠와 어떤 얘기를 나누던 말미 당신이 “글쎄,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라고 말했던 게 생각났다. 그땐 웃으며 넘겼지만 그 뒤로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아빠의 그 쓸쓸한 한마디가 가슴속을 돌아다녔다.
“아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나쁜 생각은 전혀 하면 안 돼. 우리 엄마도 그렇게 가고, 자살유가족으로서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이 하루하루 얼마나 무너져 내리는지 아빠도 잘 알잖아. 엄마 이후 아빠까지 그렇게 된다면 내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어. 하루하루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살 생각을 해야 돼. 나이 들면 밥심으로 사는 거니까 밥 팍팍 드시고요.”
어물쩍 웃으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지금 아빠의 속을 달뜨게 뛰어다니는 생각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우리 아빠가 이렇게 깊은 생각들을 남모르게 하고 있었구나, 하는 마음에 눈가가 매워졌다 아빠는 워낙 사진 찍는 걸 안 좋아해 우리 집안엔 제대로 된 아빠의 사진이 없다. 아빠도 그걸 잘 알기에 본인의 죽음 이후 영정사진으로 쓸 게 없어 한참 동안 서랍장을 뒤지는 두 딸의 모습을 그려본 게 아닐까. 마음밭이, 서걱거린다
금요일에 인세를 받아 중앙자살예방센터에 기부 절차에 대해 물었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와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위안이나마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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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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