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휴대전화 요금제를 바꿀 수 있냐고 물었다. 현재 쓰는 3만 원대 요금제는 동생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거다. 나는 미안해하지 말고 마음껏 쓰라고 했다. 아빠한테 들어가는 돈인데 월 3만 원이 뭐가 비싸냐고 말이다. 그러나 아빠는 아니라고, 제일 낮은 요금제로 바꿔달라 했다. 초등학생들이 쓰는 요금제면 딱 좋겠다고 했다.
"이젠 전화할 사람이 없어…"
아빠는 그렇게 말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 말을 들으니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아빠, 나한테 전화해. 내가 있는데 왜 전화할 사람이 없대."
"너는 늘 바쁘니까… 할 수만 있다면 제일 싼 요금제로 바꿔줘. 부탁할게.”
목에 가시가 걸린 느낌이었다. 내가 바쁜 게 죄가 되는 것 같았다. 돌아가신 엄마도 직전에 아빠와 비슷한 말을 했더랬다.
"엄마가 전화할 사람이 너 말고 또 누가 있어. 그런데 넌 늘 바쁘니까 길게 통화할 수 없잖아. 회사에 있으니 아침이나 낮에도 통화 못하고…"
이미 엄마를 한번 보냈던 터라 아빠의 그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엄마를 보낸 뒤 아빠에게 좀 더 신경 써야지, 더 살뜰해져야지 생각하지만 바쁜 일상에 치인다는 핑계로 그 다짐은 자꾸만 뒤로 미뤄지기 일쑤였다.
심지어 최근에 아빠보다 어린 후배 두 분이 돌아가신 터라 아빠의 마음은 더 꼬깃꼬깃해진 듯했다. 게다가 정말 친했던 친구가 자식의 결혼을 아빠에게 알리지 않았단다.
"내가 아프니까… 그래서 초대할 수 없었겠지."
그 결혼식이 오늘이었고 아빠는 역시 초대받지 못한 다른 친구와 함께 잔치국수를 먹고 돌아왔다 했다. 알콜 중독자를 결혼식에 초대할 수 없었던 그 친구분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수화기 너머 나의 아빠의 목소리가 그렇게 작아 보일 수가 없었다. 보지 않아도 아빠의 동그랗게 굽은 등과 어깨가 보이는 듯했다.
나이가 들면서 모든 것이 사위어간다면 그 삶은 어떨까. 인생은 60부터라지만 아픈 아빠에겐 60이라는 나이가 버거워 보인다. 마음은 20대 청춘인데 오늘만 해도 너무 걸었더니 다리가 후들거려 걸어서 30분 거리를 택시를 타고 올 수밖에 없었다 한다. 꺼져가는 아빠의 생에 다시 온기를 불어넣고 싶다. 다시 불꽃을 키우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빠의 삶을 쓴다.
이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김뭉치의 브런치를 구독해주세요.
이 글을 읽고 김뭉치가 궁금해졌다면 김뭉치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주세요.
https://www.instagram.com/edit_or_h/?hl=ko
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9195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