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동생과 엄마에 대한 기록, 그리고 시장

by 김뭉치

회사에서 워크숍을 갔다. 1박 2일의 여정에 나는 동생을 대동했다. 리조트에서 내가 회사 동료들과 이야기하는 사이 동생은 해가 잘 드는 창가 쪽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오크로 된 책상이 주는 느낌이 햇볕,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동생과 어우러져 환하면서도 고풍스럽게 느껴졌다. 흘깃 동생 쪽을 보는데 사장이 동생에게로 다가가는 게 보였다. 나도 얼른 동생에게로 갔다. 동생은 혼잣말로 "어떻게 기록해야 하지? 뭘 써야 하지?" 읊조리고 있었다. 동생의 노트에는 엄마에 대한 단상들과 기타 동생이 평소 기록하고 싶어 했던 것들에 대한 낙서로 가득 차 있었다.


"뭘 이런 걸 쓰고 있어?"


늙은 사장이 볼멘소리로 말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얘가 뭘 쓰든 얘 자유죠, 라고 말했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려는데 사람들이 자꾸만 문을 열고 들어오려 했다. 문고리가 고장 나서 문이 잠기질 않았다.


다음 날이 되어 우리는 두 대의 전세버스를 나눠 탔다. 동생과는 떨어져서 버스를 타게 되어 마음이 쓰였다. 나와 동생은 각자 정반대의 시장으로 가게 됐다. 나는 중앙시장 안에 있는 대형서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곳에는 미드 <기묘한 이야기>의 조이스에 대한 하드커버 책이 있었다. ‘조이스 연구’. 1000쪽은 족히 되어 보이는, 아주 아주 두꺼운 책이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외국 논문을 번역해 그대로 실은 느낌이 들었다. 편집도 촌스러워 어디 출판사 책인지 살펴보니 처음 보는 출판사의 책이었다. 그럼에도 평소 덕후 기질이 있는 나는 그 책이 재미있어 보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조이스에 대한 글 한 편은 쓸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을 했지만 망설이다 결국 사지 못했다.


대형서점의 2층은 화장품 가게였다. 호그와트에나 있을 법한 나선형의 계단을 타고 올라가 화장품들을 구경하고 나오며 동생에게 연락해 어디냐고 물었다. 동생이 설명하는 곳은 듣도 보도 못한 곳이었다. 동생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장소를 하나 정해 만나자고 말했다. 꿈속에서의 나는 미로 속을 거니는 듯했고 혼란스러웠다. 어릴 때 시장 초입에서 엄마와 동생의 손을 잡고 걸어 들어가던 기억이 떠올랐으나 그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었다. 이상한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는데 아침이 열려 있었다.



모든 것이 꿈이었고, 나는 화들짝 놀라며 일상을 열어젖혔다.

현실이, 다시 지루하게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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