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내 박자

2000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밤버스에서

by 김뭉치

7612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어폰을 귓구멍에 꽉 눌러 꽂고 노래를 크게 틀어도 기사님이 빵빵하게 켜 놓은 라디오 소리를 이길 수가 없다.


폭폭 한숨을 쉬며 이어폰을 뺀다.


'기사님 대체 라디오를 왜 이렇게 크게 틀어 놓으시는 거야. 라디오를 듣고 싶지 않은 승객에게 이건 폭력 아닌가'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라디오에 귀 기울이는 자신을 발견했다.


여자 아나운서의 보드라운 목소리가 밤버스의 내부를 휘감았고, 곧 조성모의 <아시나요>가 흘러 나왔다.


아름다운 피아노 전주가 끝나면, 이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그 가사가 흩날린다.


아시나요.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댈 보면 자꾸 눈물이 나서.


가슴을 저미는 노랫소리에 문득 창밖을 보니 2000년의 그 공기와 그 색감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2000년으로 돌아가는 밤버스에 몸을 싣다


오늘의 나는 조금, 달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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