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 스크린 삼면 가득 경보 아이콘과 함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자막이 떴다. 사람들이 일제히 마스크를 쓰고 바쁘게 오가는 모습을 보며 이게 디스토피아가 아니면 무엇인가 생각했다. 신종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자본주의는 종교가 되고 세대와 성별이 대립하고 분노 조절이 되지 않는 사회라니. 아빠가 서울 가면 쓰라고 준 40매짱리 마스크 박스에서 꺼낸 마스크를 쓴 채 나는 문득 걸음을 멈췄다.
어릴 적 미래를 상상해 그림을 그리라는 과제(사생대회 단골 ;ㅅ;)가 주어지면 나는 언제나 2020년을 상상하곤 했다. 앞과 뒤가 같은 숫자로 이루어진 이 ‘미래’를 떠올리면 언제나 활기와 긍정으로 가득 찼다. 자동차가 하늘을 날고 바닷속에는 아파트들이 있으며 그림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활짝 웃고 있는, 그런 사회를 난 상상했다.
<2020 원더 키디>라는 만화영화가 떠오른다. 어릴 적 즐겨 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애니메이션 속 지구도 디스토피아였다. 사람들은 지구에서 살 수 없어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타고 외계로 갔는데 거기에서 외계인의 지배를 받았던 것 같다. 그 외계인은 지금으로 치면 A.I였고.
만화나 영화에서 보던 디스토피아의 실사판을 목격하고, 거기에서 살고 있단 생각에 흠칫했다. 그러나 이 디스토피아에서도 우리는 살고 먹고 사랑해야 한다. 우리는 행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살 수 없을 테니까.
이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김뭉치의 브런치를 구독해주세요.
이 글을 읽고 김뭉치가 궁금해졌다면 김뭉치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주세요.
https://www.instagram.com/edit_or_h/?hl=ko
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