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상 남들의 학위논문을 볼 일이 많은데, 가장 흥미를 자아내는 부분은 역시 '감사의 글'이다. 대개는 학과의 교수님들과 연구실 선후배, 친했던 동료들 이름을 줄줄이 읊은 뒤 가족에게도 감사하며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 마무리되는, 등장인물 대부분을 모른다면 세상 지루한 글이지만 가끔은 재밌는 문장을 발견할 수 있다.
- 심채경, '0회 연재를 시작하며'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중에서, 주간 문학동네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에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는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그날 친구는 화가가 먹고 사는 방법에 대해 끝내 한마디도 해주지 않았다. 나 역시 천문학자가 어떻게 경제적 궁핍을 면하는지 말해주지 않았는데, 사실 나도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대신 헤어질 무렵, 친구는 내가 천문학자가 되어서 좋다고 했다. 나는 그 친구가 무엇이어도 좋았지만, 열정적이고 무해하고 아름다운 화가라는 점이 특별히 마음에 들었다. 숨막히게 아름다웠던 잡지 속 우주로부터, 한 사람은 아름다움을 향해, 한 사람은 우주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 심채경, '1회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중에서, 주간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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