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by 김뭉치
흠결 없고 상처 없는 완벽한 인생을 살았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들 역시 사람이므로 일생 동안 수많은 실수를 거치며 성공과 실패, 성취와 좌절을 오갔다. 결국 그들은 모두 좋은 글을 남겼다. 앞으로 걸어갔다. 어떤 경우에도 용기를 잃지 않았다. 글과 말의 힘을 믿었다. 불행이나 불운이 반드시 살아서 글을 쓰겠다는 의지를 결코 꺾을 수 없음을 자신들의 삶으로 증명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인 스물다섯 명의 여성들은 겉으로 보면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태어난 시기도 삶의 터전도 쓴 글들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들은 서로 닮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선, 스물다섯 명의 여성들은 모두 글을 써서 돈을 벌었다. 취미로 글을 쓴 여성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들은 살기 위해 열심히 썼다. 필사적으로 글쓰기에 매달렸다.

또한, 여성 작가들은 모두 크게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평생에 걸쳐 편견과 차별, 폭력에 맞서야 했다. 찬사만 받은 작가도 없었다. 혹평에 좌절하지 않았다. 근거 없는 소문과 오랫동안 싸워야 했다. 순간순간 닥쳐오는 난관을 직접 돌파하며 꾸준히 성장했다. 살면서 죽을 고비도 숱하게 넘겼다. 어떤 위험에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저 한 문장 한 문장에 자신의 전부를 걸었다.

무엇보다 스물다섯 명 모두 예외 없이 책을 지독하게 사랑했다. 도서관과 서점은 그들에게 또 다른 집이자 학교였다. 치열하게 읽었다. 평생을 쓰거나 읽으면서 살았다. 여성 작가들은 하나같이 오랫동안 좋은 독자였다가 어느 날 멋진 작가가 되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결함과 한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조금씩 극복해 갔다.

- pp. 7-8(프롤로그 중에서)


"나는 『태평양을 막는 방파제』의 영화화 판권으로 노플르샤토의 이 집을 샀다. 내 소유의, 내 이름으로 된 집이다. 이 집을 사고 나서 미친 듯이 글을 썼다. 마치 화산이 폭발한 것 같았다. 집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이 집은 나의 유년기 아픔들을 달래 주었다." 글을 써서 집을 사고, 그 집에서 다시 "미친 듯이 글을" 쓴 이 여자. 마르크리트 뒤라스가 부럽다. 게다가 『태평양을 막는 방파제』는 뒤라스의 자전적 소설이 아닌가? 자신의 인생을 소설로 완성하고, 그 작품으로 집을 사서 글쓰기에 몰두했다니 나는 그녀가 그저 존경스럽다. 글을 써서 돈을 버는 일은 멋지다. 하지만 대체로 멋진 일들은 오랫동안 여성들에게 허용되지 않았다. 작가라는 직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글을 쓰다 굶어죽을 뻔했던 여자 혹은 굶어죽은 여자들은 너무나도 많았다. 그 때문일까? 나는 글을 써서 생활의 기반을 닦은 여성들을 언제나 칭송해 왔다.

- p. 15(「글 쓰는 여자는 빛난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뒤라스는 질병과 죽음, 가난과 고독에 몸서리쳤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책을 읽고 글을 쓸 때 그 공포는 잠시 사라졌다. 자신이 누구인지 온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경험하며 뒤라스는 글 쓰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중략)

글을 쓸 때만 살아 있다고 느끼는 딸

(중략)

명민한 뒤라스는 거꾸로 생각했다. 부자들만 글을 쓸 수 있다면, 반대로 글을 써서 부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뒤라스는 좋은 글을 써서 돈을 벌겠다는 다짐을 굳혔다.

- p. 18



이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김뭉치의 브런치를 구독해주세요.


이 글을 읽고 김뭉치가 궁금해졌다면 김뭉치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주세요.

https://www.instagram.com/edit_or_h/?hl=ko


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


http://bitly.kr/PH2QwV

http://bitly.kr/tU8tzB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