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마지막주

by 김뭉치

1. 2020년 6월 29일 월요일


바닥에 잠겨 있는 물에 살짝 발을 대 보았다. 쉭 소리가 나며 양말이 타 들어갔다. 조금 더 오래 발을 담갔다면 발까지 녹아 버렸을지 모른다. 나는 다시 길을 떠났다. 잠깐의 휴식은 내게 놀라움만 안겨 주었을 뿐이다. 아주 좁은 통로엔 장애물들이 가득했다. 요리조리, 눈앞에 있는 장애물들을 피한 끝에 나는 아주 큰 방에 도달했다. 그곳은 19세기 어느 귀족의 집처럼 안락하고 풍요롭게 꾸며져 있었다. 바깥엔 갈색 나무로 테두리가 있고 안쪽은 초록색 벨벳 천으로 감싸진 풍성한 의자에 그가 앉아 있었다. 그는 내 쪽으로 몸을 숙인 채 나의 귀에 대고 뭐라 뭐라 말을 했다. 내가 그 험난한 모험을 헤쳐온 게 다 이 말을 듣기 위해서였구나. 가슴이, 쿵쾅거렸다.


2. 2020년 6월 30일 화요일


자주 쓰는 아이섀도 팔레트를 열었다. 원래대로라면 힛팬이 보여야 할 아몬드색 섀도 자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꽉 채워져 있었다. 바닥이 드러나 있던 컬러가 풍성하게 채워진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섀도 화수분이라도 있는 건가. 그러나 꿈에서 깨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섀도 팔레트의 그 자리는 다시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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