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7. 01. 수요일
여러 꿈들을 꿨지만 기록할 정도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 혼곤하다.
2020. 07. 02. 목요일
동생네 부부와 우리 부부는 해외로 여행을 떠났다. 발길 닿는 대로 그저 정처 없이 가고 있었는데 동생이 이제 우린 어디로 가냐고 물었다.
- 스페인.
- 스페인?
동생이 되물어서 나는 남편을 쳐다보았다. 남편은 금시초문이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동생 부부 앞에서 계속 이렇게 무계획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화가 났던 모양이다. 갑자기 남편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 아무리 계획 없이 다니는 여행이라도 중간 경유지 정도는 생각해놓아야 하잖아, 오빠!
말이 안 되는 걸 보니 역시 꿈이다.
실제로 나는 침대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놀란 남편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 꿈... 꿈이었어.
나는 다시 잠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
2020. 07. 03. 금요일
엄마가 라임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노란색과 연두색의 중간쯤 되는 그 컬러는 참 예뻤다. 라임색 티셔츠 안에 주홍색으로 영문 프린팅이 새겨져 있어 더 귀여웠다. 엄마는 옷이 어떠냐고 물었다. 살아생전 그런 컬러의 옷은 한 번도 입지 않으셨던 엄마라 엄마가 그런 컬러의 옷을 샀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티셔츠는 엄마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려서 나는 엄지를 추켜 세울 수밖에 없었다.
- 진짜 예쁘다, 엄마. 어떻게 그 컬러의 옷을 살 생각을 했어? 그런 컬러 어울리기가 쉽지 않은데 찰떡처럼 잘 어울린다. 피부가 하얘서 그런가 봐.
엄마는 수줍은 듯 웃었다. 동그란 뒷모습마저 웃는 듯 보여서 꿈에서 깬 뒤 눈시울을 붉혔다. 참 고운 우리 엄마. 천국에서 엄마는 새로운 컬러들에 매일같이 도전하고 있나 보다.
2020. 07. 04. 토요일
소변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꿈을 꾸었다. 남편이 화장실 밖에서 문을 두드리며 언제까지 그렇게 계속될 건지 물었다. 수박, 그 물기 가득한 과일을 먹어서 그런 거라고, 여름은 참으로 호사스러운 계절이라고 생각하며 내 몸에서 세차게 흘러나오는 물줄기를 느꼈다.
로또라도 사야 했을까.
2020. 07. 05. 일요일
참 많은 꿈들을 게걸스럽게 꾸어댔다. 그중 한 꿈에선 끝없이 단어들이 쏟아졌다. 참새, 바람, 비… 마지막엔 '구렁이'라는 단어를 내뱉으며 꿈에서 깨어났다. 구렁이라. 왜 그 단어를 내뱉으며 깨어나야만 했을까. 문득 엄마가 날 가질 때 꾸었다던 태몽이 생각났다. 큰 구렁이가 엄마가 살던 동네에 나타나 마을을 초토화시켰는데 엄마에게 다가가 몸을 똘똘 휘감았다는 꿈… 오늘도 엄마를 생각하며 하루를 보내라고 기어이 그 단어가 마지막이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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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