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6일 월요일
보고 지나쳤던 옷이 나왔다. 꿈에까지 옷이 등장했으니 그 옷을 사야 했던 걸까. 하지만 나는 현실에서도 꿈에서도 그 옷을 사지 않았다. 살 생각이 없었다. 그래도 옷은 꿈에 출연했다. 아무도 그렇게 하라고 시킨 이 없어도.
재미있는 꿈들을 많이 꾼 날이다. 아침 무렵 찰나의 단잠이 하루 종일 나를 살게 한다.
2020년 7월 7일 화요일
1.
불이 꺼진 방 안에서 티비를 보았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 무성영화를 보는 듯했다. 티비 안에서는 흑백의, 옛날 스타일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나는 다른 방으로 가려고 일어섰는데, 순간 작은 호랑이 같은 고양이가 튀어나왔다. 금빛이 도는 노란색에 검은색 줄무늬가 수 놓인 그 고양이는 앙칼지게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고양이를 어찌할 수 없어 그 아이를 피해 방안을 뱅뱅 돌았다. 이러다간 호랑이를 계속 돌려 팬케이크를 만든 어느 흑인 아이와 엄마의 이야기가 될지도 몰랐다. 어느 순간 고양이가 나를 덮쳤고 나는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옆자리에 누워 있던 남편이 덩달아 왜 그래 왜 그래 하며 소릴 질렀다. 사위는 너무나 고요해서 나의 비명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을까 걱정됐다. 악몽을 꿨어.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남편의 품에 파고들었다.
2.
2-1.
대학원 사람들이 꿈에 나왔다. 교수님과 친한 언니 오빠들이 모여 왁자지껄 놀았다. 교수님이 누룽지쌀 막걸리를 구해 오라고 하셨다. 정말 맛있는데 좀 멀리까지 나가야 할 것 같다며 돈을 주셨다. 그러나 5분도 채 걷지 않아 근처 자판기에서 누룽지쌀 막걸리를 발견했다. 그러나 자판기에 돈을 넣고 물품을 뽑을 때 제일 먼저 나오는 건 다른 막걸리고 세 번 정도 돈을 넣어야 누룽지쌀 막걸리를 뽑을 수 있었다. 함께 간 언니 오빠와 누룽지쌀 막걸리 세 병을 들고 다시 교수님께로 향했다. 사람이 많은데 이 세 병으로 될까, 술을 더 사야 하는 건 아닐까 고민했다. 모자라면 또 나가서 사 오지 뭐, 생각하고 우선 세 병을 들고 가 맛있게 먹었다.
영화와 드라마, 책 이야기를 했다. 모두 기분 좋게 취했고 다시 흑백의 무성영화 같은 밤이 이어졌다. 우리는 다 같이 한 방에 이불을 깔고 누워 잠이 들었다.
2-2.
꿈이 막걸리를 마시게 한 건지 생각지도 못하게 거나하게 막걸리를 마시게 된 날.
2020년 7월 8일 수요일
1.
오랜만에 갤러리에 들렀다. 천천히 그림을 감상하는데 아무도 없는 실내에 나의 발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2.
작지만 힙한 카페엘 갔다. 내부는 어두웠다. 보라색 조명만이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설명해주는 듯했다. 이 카페에선 풍부한 더티 커피를 맛볼 수 있다.
3.
엄마의 헤어 스타일이 변했다. 짧은 머리를 한 엄마는 통통하게 살이 올라 보였다. 평상시 절대 하지 않던 화장도 했다. 엄마는 건강해 보였고 기분 좋아 보였다. 엄마에게 매달려 안겼다. 어쩐지 안심이다.
오늘은 천국에서 엄마 컨디션이 좋았던 걸까.
길거리에서 엄마를 닮은 아주머니들의 뒷모습만 봐도 엄마 생각이 난다.
어릴 때 엄마한테 이것 사 달라 저것 사 달라 졸랐던 일들이 떠오른다.
아이의 가방을 대신 메고 있는 엄마들을 볼 때면 엄마와 함께 가방을 사러 갔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 나는 늘 엄마가 고른 것보다 더 비싼 걸 사 달라고 하는 아이였지.
거리를 오고 가는 수많은 엄마들이 내게 말하는 듯하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2018년 5월 25일 이후로 내 삶은 늘 진동 중이다. 저릿한 맘과 손목을 붙들고 사는 중이다.
엄마 보고 싶다.
4.
마감 중인데 ㄱ 필자가 원고를 주지 않았다. ㄱ 필자의 원고를 기다리며 마감 작업을 계속해 나갔다. 속이 타들어가도 봐야 할 원고들은 쌓여만 있었으니까. 손목이 저려서 계속해서 손목을 털어가며 일했다. 일을 하는 와중에도 필자들은 끊임없이 찾아왔다 떠나갔다. 회사가 아닌, 화원 같은 공간의 귀퉁이에서 나는 노트북으로 편집을 했다. 작업을 하는 틈틈이 나를 찾은 작가들과 미팅을 했다. 함께 일하는 팀원이 처음으로 스커트를 입고 나타났다. 끝내 나는 녹초가 되어 버렸다, 고 생각하는 순간 꿈에서 깨어났다. 새벽 한 시 삼십 분이었다.
2020년 7월 9일 목요일
1.
아역 출신인 배우 K가 검은색 공단 스커트를 입고 나타났다. K는 스커트 밑자락에 달린 수국 모양의 수술을 자랑했다. 꿈에 나는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다. 그저 영화를 보듯 K의 자랑이 펼쳐졌을 뿐이다.
2.
또 다른 여자 연예인의 꿈을 꾸었다. 아침까지 기억했으나 이 꿈을 기록하려는 지금, 모두 휘발되고 없다.
3.
역시 영화를 보듯 꿈이 펼쳐졌다. 오늘 꾼 꿈들 모두에서 나는 등장하지 않았다. 도로 위를 달리는 후배의 차가 보였다. 그 신 뒤로 마치 드론으로 촬영한 듯 라벤더와 라반딘 밭이 펼쳐졌다. 이윽고 후배의 후배 시골집이 나왔다. 그 집에서 모두 모여 정겨운 잔치를 벌인다고 했다. 시골집에 하얀색 꽃들이 나부꼈다.
2020년 7월 10일 금요일
어린 시절 친구들의 꿈을 꿨다. 여자 사람 친구들.
2020년 7월 11일 토요일
죽은 친구가 여러 개의 꿈에 나왔다. 다른 친구들도 나왔다. 우리는 차를 타고 멀리 떠나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계단에 주저앉아 있는 친구에게 다가가기도 했다. 깨고 나니 무서웠다. 죽음이 삶에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그게 바로 삶이라고, 친구는 말해주고 싶었던 걸까.
2020년 7월 12일 일요일
자다 깨다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수많은 꿈을 꿨지만 기록할 시간이 없었다. 출근을 해야 했으므로. 버스에선 내내 서 있어서 기록할 수 없었다. 그 사이 꿈들은 어디론가 흩어졌고 꿈의 잔해만이 남아 나를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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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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