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1926년 12월 25일부터 1989년 1월 7일에 해당하는 일본의 연호_옮긴이) 초기의 일본에서 소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당시 세리자와(세리자와 고지로. 1896-1993년. 일본의 소설가. 일본 작가로는 맨 처음 노벨상 후보에 올랐다)가 몸담고 있던 주오대학의 학장은 그를 불러 머지않아 교수 자리를 보장받은 그에게 소설 집필을 단념할 것을 요구했다.
"자네, 일본에서는 문학이나 소설이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는 게 상식이야. 필명이든 본명이든 그 장본인이 우리 대학의 교수라는 것을 용납할 수 없네. 이참에 학교에 남을 건지, 소설을 쓸 건지 분명히 하게."
이에 세리자와는 주저하지 않고 문학의 길을 선택했다.
- 기시미 이치로,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전경아 옮김, 인플루엔셜, 2020, 「인생의 질문에 답하는 책」, '1장 내가 책을 읽는 이유', pp. 38-39
책을 읽지 않으면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게 스트레스가 되는데, 책을 읽으면 책에 의식을 집중할 수 있고 괜한 생각을 하지 않아서 정신적으로도 좋으니 하루빨리 독서를 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 기시미 이치로,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전경아 옮김, 인플루엔셜, 2020, 「활자 중독자의 고통」, , '1장 내가 책을 읽는 이유', pp. 59-60
책을 쓰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긴 시간을 들여 쓴 책을 속독해봤자 별 의미가 없다. 목적지에 도착하기만 하면 된다면 고속철도나 비행기를 이용해도 되겠지만, 도중의 경치를 즐길 생각이라면 고속철도나 비행기는 너무 빠르다. 자전거만 해도 경치를 즐기기에는 좀 아쉬움이 있다. 걸어야 보이는 게 있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독서는 삶과 같아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삶의 목적지가 죽음이라면 서둘러 죽어야 한다. 하지만 물론 그렇지 않다. 어디에도 도착하지 않아도 된다. 도중에 쉬어도 되고, 여정을 그만두어도 된다.
어찌 되었든 과정을 즐기지 않으면 독서하는 의미가 없다.
- 기시미 이치로,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전경아 옮김, 인플루엔셜, 2020, 「빨리 읽기의 함정」, '3장 어떻게 읽을 것인가', p. 195
출퇴근과 등하교를 예로 들어보자. 목적지에 가능한 한 빠르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도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생을 살 때도 목표를 세우고 가급적 그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책을 읽을 때도 한정된 시간 안에 가능한 한 빨리 많이 읽으려고 한다.
하지만 속독은 책을 읽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다. 그렇게 책을 읽으면 자칫 읽는 즐거움과 기쁨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여러 번 언급했는데, 많은 책을 효율적으로 읽기보다는 한 권 한 권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천천히 읽으면 많은 책을 읽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는 언제 다시 만날지를 생각하지 않듯이, 책을 읽을 때도 그 순간순간 읽는 책에 관해서만 생각한다. 앞으로 몇 권 더 읽을 수 있을지는 큰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천천히 읽으면 앞만 보고 질주하듯이 읽을 때에는 보이지 않던 부분이 보인다. 인생을 살아갈 때도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지 헤아리지 않는다면 인생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 기시미 이치로,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전경아 옮김, 인플루엔셜, 2020, 「책도 인생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맺음말', pp. 3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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