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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뭉치 Oct 20. 2018

읽는 사람, 읽지 않는 사람

- 함께 읽는 2018 책의 해 제7차 책 생태계 비전 포럼

읽는 사람은 왜 읽고 읽지 않는 사람은 왜 읽지 않을까? 국민의 독서율이 하락하고 가계의 도서구입비는 감소하며 시민의 도서관 이용률은 떨어지는 책 생태계의 위기 속에서 우리가 던지는 가장 절실한 질문이자 궁금한 물음이다. 결국 지금의 출판 위기는 읽는 사람을 늘리고 읽지 않는 사람을 줄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지난 9월 27일 오후 2시부터 한빛미디어 리더스홀에서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제7차 책 생태계 비전포럼이 열렸다. ‘읽는 사람, 읽지 않는 사람’이라는 주제 하에 이순영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독자 개발 연구의 과정과 성과를 발표하고 한상수 행복한아침독서 이사장, 김영석 명지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박익순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 소장, 김정명 신구대 미디어콘텐츠과 겸임교수, 오선경 성공독서코칭센터 대표, 이홍 한빛비즈 편집이사와의 토론이 이어졌다.       


독자란 누구인가

이순영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를 필두로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가 공동연구자로, 김해인, 박신애가 보조연구자로, ㈜글로벌리서치가 설문조사기관으로 이름을 올린 이번 독자 개발 연구는 국내 최초의 독자, 비독자 비교 연구다. 이를 통해 독서 행위 여부와 사회적 및 개인적 원인, 독서 행동과 독서 습관화의 계기 등을 파악하려 했으며 전 국민 대상 독서 활동에 대한 대표성 있는 설문 조사인 정량조사, 독자 및 비독자 비교 10개 포커스 그룹을 인터뷰한 정성조사로 이루어졌다. 


정량조사의 경우, 전국 17개 시, 도 가구에 거주하고 있는 만 10세 이상 가구원이 조사 대상이며 독서량, 독서 빈도, 독자 자기 평가, 독서 프로그램 모임 및 참여 경험 등의 독서 실태와 독자 유형, 독서하는 이유 등의 독서 태도와 인식을 조사했다. 거주 지역 층화변수(거주 지역, 성별, 연령)를 활용하여 지역별 일반 가구를 1차 표집하고 추출된 가구 표본으로부터 2차 표집을 실시하는 2단계 층화 표번 추출 방법을 사용했으며, 거주 지역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의 집계구가 표본 추츨 틀이다. 거주 지역, 성별, 연령 비례할당법에 의거 표본을 할당했고 표본 크기는 총 1200명이다. 


독자 유형에 대해서는 매일 또는 일주일에 한 번 책을 읽는 이들을 ‘애독자’로, 한 달에 한 번이나 몇 달에 한 번, 1년에 한 번 책을 읽는 이들을 ‘간헐적 독자’로, 연간 기준 책을 한 번도 읽지 않는 사람을 ‘비독자’로 규정했다. 종이책, 전자책을 포함한 이들의 한 달 평균 독서량은 1.1권으로, 여성(1.2권)이 남성(1.0권)보다 높았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월별 독서량이 낮게 나타났으며 특히 초등학생 때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아마도 고등학교 때까지 과제, 평가로 이어지는 독서 경험이 독서 강요로 작용해 독후감 쓰기 등 독서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애독자의 독서량은 한 달 3.5권, 주당 0.9권 수준이고 간헐적 독자의 경우 0.7권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애독자와 간헐적 독자 사이에는 독서량이 상당한 차이를 보였고, 간헐적 독자의 독서량은 전체 평균에 미달하는 수준이었다.  


지난 1년간 독서 프로그램 모임 참여 경험은 전체 3.3%로 집계됐으며 여성(3.9%)이 남성(2.8%)보다 높았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비율이 낮았다. 중등학생(17.2%)들은 자유학기(년)제, 한 책 읽기 활동, 교내 독서 프로그램(아침 독서, 독서 캠프 등)의 영향으로 참여도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선호하는 도서 분야는 문학(시, 일반소설, 수필, 동시, 동화)이 31.1%, 장르소설(추리, 로맨스, 판타지, 무협, SF 등)이 19.1%, 취미, 연예, 오락, 여행, 건강, 스포츠가 8.8%였으며 그 뒤를 자기계발서와 철학, 사상, 종교 등이 쫓고 있었다. 아직 서점, 도서관 등을 방문하여 책을 직접 보고 선택하는 이들이(28.5%) 온라인서점, 웹소설 사이트 등의 소개를 보고(18.4%) 구입하는 이들보다 높았다. 다만 평균이 아닌 비독자 집단에서는 가족, 친구의 추천으로 도서를 선택한다는 응답이 30.1%로 가장 높아 타 집단에 비해 외부 추천이나 대중매체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중매체의 영향력도 알아보았다. 대중매체에서 소개하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 경우가 전체 집단에서 30.2%로 연령별로는 10대∼30대 비율이 높았다. 초등학생은 59.5%로 전체 집단에서 최고점이었는데 아마도 부모의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독서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정도를 조사했을 때에도 TV, 라디오 등의 책 소개를 보거나 들음이 76.6%로, 서점, 공공 도서관 방문 경험(76.0%)을 제치고 가장 높게 나타났다. 웹툰, 만화책의 영향력도 살폈다. 웹툰과 만화책을 매일 읽는 비율은 6.7%로 일반 독서율(5.4%)보다 높게 나타나 시사점을 제기했다. 남성(7.6%)이 여성(5.7%)보다 높게 나타난 점도 특이할 만했다. 전체 집단이 정보 습득을 위한 매체로 가장 많이 택한 것은 스마트폰(69.4%)이었고 다음이 TV(14.8%)였다.   

   

위기의 독자

흔히 지적되는 독서 장애 요인(시간 부족)의 한계를 이해하는 단서로 지난 1년간 여가 활동의 비중도 살펴보았다. 휴식(24.7%), 스포츠 활동(18.5%), 여행과 관광 및 식도락(15.4%), 문화 예술 활동(8.5%) 순이다. 특히 애독자나 간헐적 독자는 휴식이나 스포츠 활동도 높지만 다양하게 여가를 즐기는 반면 비독자 집단은 휴식 중심으로 나타나 이러한 양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다원화된 여가 활동을 개발하고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였다.  


독서의 이유는 지식, 정보를 얻기 위해서(25.3%)가 위로와 공감을 얻기 위해서(10.6%)를 앞섰다. 가장 많은 %를 차지한 지식과 정보 습득의 이유는 지적 호기심과 실용성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 가능하다. 


독서의 이유로는 지식, 정보를 얻기 위해서(25.3%)가 가장 많았다 ⓒ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 


한편 독서 장애 요인을 독자 유형별로 조사한 결과, 비독자에게는 시간 부족보다는 독서에 대한 가치 인식 부족, 독서 습관의 미형성, 독서의 긍정적 경험 부족(독서가 즐거웠던 적이 없어서) 등이 더 중요한 장애 요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의 긍정적 독서 경험은 독자로서의 역량과 자아가 확립되는 시기에 그 영향력이 매우 크고 애독자의 경우 타 집단에 비해 초등학교 시기에 긍정적 독서 경험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유년기의 독서 경험이 긍정적일 때 애독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학생의 경우 부모님과 책을 같이 읽을 때 독서 관심이 가장 높았던 것(15.3%)으로 드러났다. 


독서 활성화를 위해 애독자는 저렴한 책값과 도서관 확충을 원했으며 간헐적 독자는 저렴한 책값 및 근로시간 단축을 원했다. 생애 독서 그래프를 보면 취학 전 독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높아지면서 초등학생 때 정점에 이르나 중학생 때부터 꺾이기 시작해 고등학생 때도 하향한다. 20대에 이르면 약간 회복하나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시절을 거쳐 폭락하고 다시는 회복되지 않는다. 따라서 생애 그래프상으로는 20대 이후 독서율이 얼마나 떨어지느냐가 관건이다. 그래프를 보면 취학 전부터 독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는 높으므로 비독자들이 태생부터 비독자라기보다는 애독자에서 비독자로 전향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교육 시스템 전반과 연관돼 있으며 학생들이 학교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시간으로 정규수업 외 독서 활동 시간(31.5%)을 꼽은 것에서도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20대와 30대에 비독자로 전환되는 이들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직장 내 독서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하이브리드 독서 시대

토론에서는 독서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서 독서의 개념과 정의가 확대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이런 변화 아래 출판산업은 어떻게 독자를 늘려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들이 쏟아졌다. 과거에는 인쇄 매체를 통해서만 가능했던 정보와 지식 습득, 위로, 여가 활동들이 스마트폰과 컴퓨터로도 얼마든지 가능한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토론자로 나선 김영석 명지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이상 밥만으로 영양을 보충하지 않듯 종이책 역시 그러하지 않냐고 비유했다. 밥이 우리 식탁에서 사라지진 않겠지만 밥 외의 다른 음식들이 끊임없이 우리 식탁에 오를 것이고 다양한 음식 섭취와 영양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쌀 소비는 세 끼 식사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독서는 곧 밥이고 영양은 지식과 정보 습득으로 이해된다. 


주제발표에 나선 이순영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디지털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서책 중심의 조사가 아쉽다는 반응에 적극 공감한다며 앞으로는 서책 중심 독서와 별개로 디지털 상황에서의 독서 실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읽기의 재개념화 운동이 약 40년 전부터 시작됐으며 이제는 온라인에서의 읽기가 서책 독서와 비등할 만큼 커졌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모든 문자가 포함된 의미 전달 텍스트를 ‘읽기’로 본다는 것이다. 앞으로 디지털 독서 실태까지 모두 아우르는 추후 조사가 선보인다면 실로 궁금했던 단 하나의 질문, 독자는 과연 누구인지에 대한 답이 좀더 선명해지지 않을까. 


앞으로 디지털 독서 실태까지 모두 아우르는 추후 조사가 선보인다면 좋겠다 ⓒ염경원



*출판전문지 <기획회의> 474호(2018. 10. 20 발행)에 게재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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