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에 대처하는 법

- Instructions for a Heatwave

by 김뭉치

런던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일상에서 아일랜드를 느끼며 살아가게 하려고 항상 최선을 다한다. 두 딸은 모두 아이리시 댄스 스쿨에 다녔다. 캠던 타운에 있는 그곳에 가려면 버스를 타야 했다. 그레타는 브랙(티타임에 곁들여 먹는 아일랜드 빵)이나 진저브레드를 구운 틀째 가지고 가 다른 엄마들에게 나눠 주었다. 자신처럼 코크, 더블린, 도니골에서 떠나온 엄마들이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딸들이 들썩들썩 춤을 추며 피들 소리에 맞춰 발을 구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단 세 번 레슨한 뒤 강사가 한 말에 따르면, 모니카는 재능이 있었다. 챔피언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강사는 언제나 자기가 그런 애들을 알아본다고 했다. 하지만 모니카는 챔피언이 되고 싶지도 경쟁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모니카는 속삭였다. 저는 그런 게 싫어요. 정말 싫어요.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심판들이 쳐다보며 뭐라고 적고 그러는 거요. 모니카는 항상 두려움에 차 있었고, 조심성이 넘쳤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소극적이었다. 이런 건 엄마의 잘못일까, 아니면 아이들은 그저 그렇게 태어나는 것일까? 알 수 없다. 어느 쪽이든 그레타는 모니카가 아이리시 댄스를 포기하는 것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눈물이 날 만큼 안타까웠다.

- 매기 오파렐 지음, 「1976년 7월 15일 목요일」, 『불볕더위에 대처하는 법』, 이상아 옮김, 문학과지성사, 2020, p. 16


가정생활에서 그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점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완전히 알고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바로 그 순간 모든 것이 변해버린다는 것이다. 그가 기억하는 한, 집에 돌아오면 적어도 아이 한 명과는 신체적으로 밀착돼 있는 아내의 모습을 봤던 것 같다. 일터에서 돌아왔을 때, 아내는 아들과 딸의 뒤엉킨 몸무게에 깔려 소파에 파묻혀 있거나, 비타를 업고 정원에 있거나, 휴이를 무릎에 앉힌 채 테이블 의자에 앉아 있었던 것 같다. 아침에 잠에서 깨면 아들 혹은 딸이 아이비 덩굴처럼 엄마에게 뒤엉켜 잠이 묻어나는 따뜻한 숨결로 엄마의 귀에 대고 비밀을 속삭이는 모습을 발견했던 것 같다. 방으로 걸어 들어올 때면, 아내가 누군가를 안고 있거나 조그만 아이가 그녀의 손이나 치맛자락이나 소맷자락을 붙들고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아내가 홀로인 모습을 결코 보지 못했다. 그녀는 마치 속눈썹이 긴 눈과 꼬불꼬불한 머리카락을 가진, 언제나 더 작은 버전의 자신을 담고 있는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 중 하나 같았다.

그게 바로 그들이 지내오던 모습이었다. 그들이 이 집에서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클레어는 두 사람, 때로는 세 사람이었다. 짐작하건대, 그녀 역시 그렇게 느껴왔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최근 들어, 비타가 네 살이 된 이래로 아내가 한 손을 테이블에 걸친 채 부엌에 홀로 서 있거나 테이블에 앉아 밖으로 돌출된 창문 너머의 길거리를 응시하고 있는, 전에 없던 광경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돌연 아내가 혼자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놀랍도록 독립된 모습, 아이들을 품에서 떼어내버리고 아이들이 자신들의 삶을 살도록 떠나보낸 모습. 자기는 다락에 머물고, 아이들은 침실에서 이리지러 뛰어다니며 소리쳐대고, 담요 아래나 야외 정원에서 자기들끼리 낄낄대거나 담벼락을 기어오르거나 꽃밭을 헤집어놓게 놔두는 것. 누군가는 10여 년의 집중 육아 이후 이런 변화를 통해 그녀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끼는 것이라고,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내의 표정은, 그가 요즘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아내의 표정은, 길 잃은 사람의 표정, 어딘가 가라는 말을 들었는데 길을 잘못 들어선 사람의 표정, 뭔가 중요한 일을 하려는 찰나에 그게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린 사람의 표정이었다.

- 매기 오파렐 지음, 「1976년 7월 15일 목요일」, 『불볕더위에 대처하는 법』, 이상아 옮김, 문학과지성사, 2020, pp. 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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