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 엄마를 생각할 시간

by 김뭉치

지난 11월 24일부터 29일까지, 동선동의 작은 서점 부비프에서는 특별한 전시가 열렸다. 엄마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고 그를 써 내려간 작품들을 전시한 것이다. 한지 느낌이 물씬 나는 종이에 정갈한 폰트, 초록색으로 인쇄된 그 문장들은 마치 각자의 엄마에게로 가 닿는 듯했다. 무심코 펼쳐진 어떤 종이에는 단 세 글자만이 인쇄되어 있었다. “사랑해.”


치열했던 지난여름을 되돌아본다. 그때 나는 ‘엄마 글쓰기 워크숍’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목요일마다 수강생들과 만나 엄마에 대해 수다를 떨고 글을 썼다. ‘엄마’라는 단어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졌지만 당연하게도 각자의 엄마는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변치 않는 사실은 엄마 없이 태어난 사람은 없다는 것. 그리고 그 모양은 달라도 저마다의 마음속엔 반드시 엄마가 자리 잡고 있다는 거였다. 그리하여 매주 목요일마다 우리는, 엄마가 낳은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됐다. 그때 엄마는 내게 왜 그렇게 말했을까, 지난날에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갔을까, 그리고 지금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견뎌낼까, 에 대해 쓰다 보면 저마다 다른 감정으로 넘실댔지만 어느새 눈물이 차오르곤 했다. 여성으로서의 엄마, 타자로서의 엄마를 넘어 나 자신까지 살피게 됐기 때문이다.


해마다 가정의 달 5월이면 우리는 어버이날을 맞아 엄마에게 카네이션을 선물하고 편지를 쓰기도 한다. 그러나 1년에 한 번 엄마의 자리를 쓸어보는 건 어쩐지 너무 적게 느껴진다. 12월은 엄마의 큰 자리를 느끼기에 적절한 달이다. 생각해보면 엄마는 한 해를 돌아보며 고마웠던 사람들을 머릿속에 그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다. 코 끝 시리게 바람이 불어오고 마음이 허할 땐, 이내 구들방처럼 뜨끈한 엄마의 온기가 그리워진다. 기뻤던 일도 슬펐던 일도 많았지만 엄마와 함께라면 다 이겨낼 수 있었다. 2020년의 끝자락, 올 한 해는 엄마와 어떤 시간들을 보냈는지 되돌아보자. 늦었다고 고개를 젓는 지금 이 순간이, 엄마를 생각하기에 참 좋은 시간이다.


김미향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저자



2020년 12월 3일(목) <조선일보> '일사일언' 코너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hotissue/article/023/0003580601?cid=1014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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