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몽상록

2021년 1월 둘째 주의 꿈들

by 김뭉치

2021년 1월 4일 월요일

옆집 남자가 꿈에 나왔다. 그 남자에게 들릴까 봐 나와 남편은 말소리를 죽여가며 대화했다. 꿈에서 깨고 난 뒤까지 복장이 터졌다.


2021년 1월 5일 화요일

방에 있었다. 앉아서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남편이라는 사람이 말을 시켰다. 남편을 봤다. 남편 옆에 다른 여자가 있었다. 남편과 다른 여자를 향해 화를 냈다. 실제 내 남편은 아니었고 처음 보는 남자였다. 여자 역시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둘이 모종의 관계라고 생각했다. 장면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방에 있었다. 앉아서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남편이라는 사람이 말을 시켰다. 남편을 봤다. 남편 옆에 다른 여자가 있었다. 남편과 다른 여자를 향해 화를 냈다. 실제 내 남편은 아니었고 처음 보는 남자였다. 여자 역시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둘이 모종의 관계라고 생각했다...


이번엔 누워 있었다.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이상한 기억이 떠올랐다. 어떤 여자가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다 했다. 누군가에게서 그녀를 소개받았다. 면저 보러 올 수 있냐고 전화를 걸었는데 여자 목소리가 이상했다. 묻는 말에도 대답을 안 했다. 세 번 물어야 10초간의 휴지기 이후 한번 대답했다.


다시 누워 있었다. 처음 보는 공간이었다. 모텔 같기도 했다. 시계를 봤다 10시 30분. 낮이야 밤이야? 차창 밖으로 밤이 스며들었다. 밖으로 나갔다. 어떤 할머니가 손주들에게 랍스터를 먹이고 있었다. 초록색 누빔 베스트를 입었다. 이거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거 아니야. 지금 많이 먹어둬. 파리한 얼굴의 딸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지나쳐 포장마차 한 구석에 앉았다. 여성들이 왔다. 그들과 조개탕에 소주를 마셨다. 일어났는데 갑자기 꿈속 회사 사람들과 걷고 있었다. 회사 동료들이 그 여성은 면접을 보기로 했냐고 물었다. 그 여성은 묻는 말에 잘 대답을 하지 않았고 이상한 소릴 했다. 미래 얘기를 하면서 날더러 엄마라고 했다. 그 여성은 뽑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동료들과 팔짱을 낀 채 걷는데 너무 추웠고 칼바람이 불었다. 팔짱을 낀 채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데 아까 술을 마셨던 포차를 지났다. 포차 길모퉁이에 초록색 누빔 베스트를 입은 할머니가 손주들에게 랍스터 살을 발라주고 있었고 파리한 얼굴의 여성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내 내가 그 여성의 시선에서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할머니는 포차 주방으로 들어가 방금 쪄 펄펄 연기가 나는 랍스터를 꺼냈다.


- 아니, 이거 누구 주려고?

남자 셰프가 물었다.


- 그냥...


할머니는 얼버무렸다.


다시 아까의 그 방 안에 누워 있었다. 시간은 10시 30분. 창밖이 환하니 낮인 것 같았다. 난 갇혀 있었다. 눈을 감았다 뜨니 다시 밤 10시 30분이 되었다. 은색의 회중시계가 곁에 놓여 있었고 실제 남편이 곁에 있었다.


- 타임 트랩에 갇힌 것 같아.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나는 소리쳤다.

나는 다시 포차 거리로 나가 있었다. 이상한 소리를 해대던 전화기 너머의 면접자, 회사 동료, 초록색 누빔 베스트를 입은 할머니, 손주들, 이상한 여성과 처음 보는 남성 남편, 파리한 얼굴의 여성과 호텔에 갇힌 듯 누워 있던 내가 차례차례 떠올랐고 질식할 것처럼 숨이 막혔다.


나는,


깨어났다.

그리고 이 글을 적는다.


2021년 1월 6일 수요일

검은색 SUV를 운전했다. 면허를 따고 두 번째로 해 보는 것이었으나 이렇게 멀리 간 건 처음이었다. 차로 10분 거리의 어떤 집까지 운전을 했다. 어떤 도로에선 역주행급으로 삐뚤빼뚤 운전을 펼쳤으나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았다. 남편이 계속 다시 하라고 해서 주차도 세 번에 걸쳐 끝냈다. 처음 보는 여성이 내 시어머니라고 했는데 그분과 남편과 함께 엄마 집으로 향했다. 엄마는 우리 아파트 근처에서 주택을 짓고 아빠와 살고 있었는데 공간을 나전 칠기와 고가구로 고급스럽게 꾸며놓고 있었다. 거기엔 내복을 입은 남자애들도 둘 있었다. 아빠는 커피를 내리겠다고 다른 방으로 가고 남편과 나와 시어머니는 엄마가 텃밭에서 직접 기른 상추쌈을 먹었다. 갑자기 시어머니가 엄마 힘드니 내게 음식을 보내지 말라고 했다. 위생백 등도 같이 보내던데 그것도 비싸니 보내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덧붙였다. 엄마 음식이 볼품없으니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엄마는 얼굴이 새빨개졌고 이내 곧 울 듯한 얼굴이 되었다. 나는 시어머니가 악의가 있는 건 아니고 엄마가 힘들까 봐 걱정되어서 저리 말한다고 했다. 그 일에 대해 전에 시어머니와 단둘이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엄마한테 매우 고마워하고 엄마가 힘들 걸 걱정하고 있었다. 그랬던 시어머니가 이 자리에서 사족을 왜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화제를 전환해서 남편에게 집에 있는 가구를 싹 다 바꾸자고 말했다. 시어머니도 동의했다.

- 우리 집이 지저분해 보이는 게 가구가 통일되어 있지 않아서 그래. 톤온톤으로 배치하면 진짜 깔끔해질 거야.

우리 부부가 사는 아파트는 엄마가 살다 물려준 곳이었다.

남자애들이 안 보여서 뭐 하나 하고 봤더니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그 애들은 치킨을 사서 계란물을 입혀 다시 튀긴 뒤 먹자고 했다. 큰애에게 몇 살이냐고 물어봤다.

- 나? 나이 많아.

- 오오. 그래? 그래서 몇 살인데?

아이는 말하지 않았다.


엄마가 친척 언니 이야기를 했다. 400만 원을 주고 체중 검사를 받았다고 했다. 일종의 인바디인 모양이었는데 어느 부분의 어느 지방이 몇 퍼센트인지도 나온다고 했다.

- 아무리 그래도 몸무게를 400만 원이나 주고 재야 하나?

나는 볼멘소리를 냈다.

친척 언니는 연예인이자 소속사 대표인 한 남성과 헤어진 뒤 실연에 빠졌고 폭식증에 걸렸단다. 이제는 다시 다이어트에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했다.

- 그 사람이랑 사귀었다고? 아니 어떻게? 그 언니 허언증 아냐?


이런저런 얘기들로 집 안에서의 시간이 흘렀다. 마당이 있는 넓고 깨끗하고 향취가 느껴지는 집에서 아들 둘과 사는 엄마의 얼굴은 환해 보였다. 꿈속의 그곳은 어디였을까. 천국이었을까.


2021년 1월 7일 목요일

현실에서 <해리 포터> 시리즈를 하도 많이 봐서 그런가, 꿈에서 나는 모험을 떠났다.


2021년 1월 8일 금요일

꿈속에서 봄이가 태어났다. 산달을 맞춰 잘 태어나줬고 건강하게 잘 자라줬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예뻐서 놀랐다. 자라면서 봄이는 다른 아이들과도 잘 어울렸고 엄마 아빠를 끔찍이 생각했다. 태어날 때부터 머리숱이 픙성하게 난 봄이를 보며 나는 신기해했다. 어느새 봄이는 나와 어느 정도 대화가 될 만큼 컸다. 대여섯 살쯤 됐을까. 온 집안사람들이 동생 집에 와 있는데 봄이 혼자 식탁에서 놀고 있었다. 난 봄이에게 다가가 같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 봄이는 무슨 놀이를 젤 좋아해?

묻자 봄이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 지금은 이 장난감. 예전엔 돈 세는 놀이를 가장 좋아했어요.

- 세상에. 그럼 우리 봄이 은행원이 되어야겠네!

그러자 봄이는 어느새 앞자리에 앉은 본인의 엄마에게 물었다.

- 엄마, 엄마 우리 집 대출 이자가 한 달에 얼마라고 했지?

그러면서 봄이는 나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 갚아야 될 돈이 있어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하거든요

- 봄이야. 집에 우리 가족 말고 다른 어른들도 많이 계시잖아. 쉿.

동생의 주의에 봄이는 태연하게 다시 장난감에 몰두했다. 우리 뒤에는 내가 싫어하는 친척 어른도 있었다.

- 그래서 봄이 이름이 뭐라구?

동생에게 물었다.

- 연주.

- 연주? 예쁜 이름이네.

나는 웃었다.

- 아니, 연주가 아니라 현주.

- 아아. 현주!

그러면서 나는 봄이의 이름이 왜 연주가 아니라 현주인지 생각했다. 연주라는 이름이 더 낫지 않나. 그러다가 봄이의 성이 ‘임’이라는 게 떠올랐고 ‘임현주’는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임현주. 이름 괜찮다!

동생은 웃었다.


거의 대부분이 실제와 다른 꿈이라 깨고 나니 허탈했다. 그래도 꿈에서 미리 본 봄이의 얼굴만은 선명하다.


2021년 1월 9일 토요일

<해리 포터> 시리즈 전편 완주의 영향일까. 해리, 론, 헤르미온느와 모험을 떠나는 꿈을 꾸었다. 확실히 2021년이 되고부터는 <해리 포터>에 지배된 채 산 것 같다.


2021년 1월 10일 일요일

1.

까치떼의 습격을 받는 악몽을 꿨다. 히치콕의 <새>도 내 꿈만큼 무섭진 않았다. 악몽을 꾼 뒤 살풋 깨어서는 계속해서 누군가 침입해오지 않을까, 하는 공포에 시달렸다. 현관문을 잘 잠갔는지 계속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현관문은 굳건히 잠겨 있었다.


2.

<철인왕후>를 보고 잤더니 꿈에 한 실장이 나왔다. 예고편에 등장한 한 실장의 모습이 그렇게 인상 깊었던 건가. 한 실장이 꿈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내게 더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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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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