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심리 상담 일기 5
- '나를 믿는다'는 것이란?
예전부터 독서를 하면서 책의 글귀들로부터 영감을 얻기도 하고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기도 했다. 굳이 독서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자신만의 습관 하나가 있는 것이 중요한 거 같다. 예를 들어 상담을 받는다든지 말이다. 이러한 것들로부터 스스로를 관리하는 법을 많이 배워 현재 평정심을 찾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 유희은·남기백, 「[인터뷰] '베테랑'이란 무엇인가, T1 '페이커' 이상혁」, 인벤 웹진, 2020-09-28,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245028
"한 달 동안 어땠어요? 잘 지냈어요?"
근 한 달여 만에 진행된 심리 상담은 근황을 묻는 상담 선생님의 질문으로 시작됐다.
잘 지냈다는 나의 대답에 선생님은 웃으며 되물었다.
"그래요? 우리 처음 상담을 시작했던 두 달 전과 비교해서 더 잘 지낸 것 같아요?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더 잘 지내게 된 것 같아요?"
오늘도 나와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선생님의 깊은 질문이 시작됐다.
"사실 저에게 유일한 고민과 스트레스는 어떤 한 사람이었잖아요. 처음 상담을 시작했을 때, 그 사람에게 온갖 정이 다 떨어진 상태였어요. '정뚝떨' 사건이 있은 직후에 그 사람에 대한 일말의 기대조차 깡그리 버렸던 때였죠. 그랬더니 오히려 한결 마음이 편해진 게 있었어요. 그런데 상담을 받으면서 그 사람 때문에 내 기분이, 내 마음 상태가 좌지우지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변의 몇몇 지인들도 제게 그 얘기를 했었는데 그 순간엔 그 말을 되새기면서도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지치다 보면 이내 잊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상담을 통해 그 말을 매 순간 기억하자, 고 다시 한번 생각했어요. 선생님께서도 그렇게 얘기해주셨기 때문에 이젠 그 사람을 만날 때면 선생님 얼굴이 함께 떠오르면서 그러려니, 또 저러려니, 하게 된 것 같아요. 솔직히 그 사람이 제게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손절하면 그뿐인 관계인데요. 그쪽에서 먼저 손절하자고 하면 더 땡큐고요."
그간 나는 그를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이젠 이해하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다. 원래 타인을 100% 이해하기란 힘든 일이지만 상대가 비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더하다. 그러니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 자체가 정서적 접근일 수 있다. 저 사람은 원래 무례한 사람이구나, 하고 넘겨 버리고 왜 저러지?, 의문을 가지고 그를 이해하려고 했던 생각 자체를 전환한 게 유효했던 것 같다.
선생님은 깔깔 웃었다.
"오오. 그 자세 너무 좋은데요! 뭉치 씨는 확실히 수용력이 있는 사람이에요. 늘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고 기록도 게을리하지 않잖아요. 게다가 순한 인상과는 달리 강단 있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람이기도 해요. 참 좋아요."
"상담을 받으면서 제가 좀 더 단단해지고 강해진 것 같아요. 그 사람을 만날 때마다 늘 두통에 시달리고 만난 뒤로는 기가 쭉 빠져서 집에 가면 쓰러지곤 했는데 최근엔 그러지 않았거든요. 여전히 머리는 아팠지만 만남 직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은 깨끗이 잊었어요. 정말 신기해요. 그리고 전에는 7일 중 7일 모두 불면증에 시달렸는데 요즘엔 7일 중 5일은 평소보다 빨리 잠에 빠져요."
"세상에!"
선생님은 놀라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던 것 같냐고 물었다.
"선생님이 제게 그러셨잖아요. 그 사람의 얘기를 너무 깊이 들어줄 필요 없다고. 그 사람의 얘기를 잘 들어주다가 에너지가 소진된 면도 확실히 있는 것 같아서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려고 했어요. 어느 일에나 늘 정성을 다하는 게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란 걸 알게 됐으니까 대충 살려고 한 거죠. 그 사람 말을 대충 들으면서요. 그리고 침묵도 대답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전엔 예의상 일일이 다 반응을 해줬다면 이젠 내가 우선이니까, 나를 보호하는 게 먼저니까 반응을 하지 않는 거죠. 너무 반응을 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니 적당한 때에 한 번씩 대충 고개만 끄덕이는 식으로요. 소진된 에너지를 다시 채우는 데에는 명상이 큰 도움이 됐어요. 명상을 하다 보니 불면증도 많이 사라진 것 같고요."
선생님은 너무 대단하다며 이젠 걱정이 없다고 했다. 지금처럼 잘하면 될 것 같다고. 그러면서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사람이 자기애적 성격장애일 수 있다고 말해주셨다.
"자기애적 성격장애요? 그런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어떤 특징을 보이나요?"
"일단 뭉치 씨를 힘들게 하는 그 사람처럼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는 성격이 굉장히 강해요. 그 사람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다 맞춰줘야 직성이 풀리는 거죠. 왜 그러느냐? 자기가 드러나기 위함이에요. 그런 사람들에게는 정서적으로 접근하면 안 돼요. 이 사람이 외로워서 그런가 보다, 이 사람도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렇겠지, 이 사람 불쌍하다, 생각하면 안 돼요. 그 사람들은 통제하기 위해서, 통제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요. 어린애 같은 거죠. 그런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끊임없이 요구를 하면서 '다 널 위해서 그런 거야'라는 말을 해요.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을 다른 사람에게 시키면서 일종의 자기 합리화를 하는 거죠. 이렇게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보이는 사람들은 치료가 어려운 편이에요. 3년씩 상담을 받아도 예후가 좋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을 상식적인 사람들의 시선에서 보면 안 돼요. 비상식적인 사람이고 논리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니까요. 불치병에 걸린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땐 그 사람의 논리를 적용해야 해요. 예를 들어 그 사람 자신을 위한 일인 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그 사람이 다 널 위해서라며 어떤 일을 맡긴다면, 거절할 때 똑같이 말해주는 거예요. '전 못해요. 그런 일을 하면 당신에게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 저도 다 당신을 위해서, 당신을 생각해서 안 된다고 말하는 거예요'라고요."
상담 선생님의 말에 이제는 내가 깔깔 웃었다. 눈눈이이(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 아닌가.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보이는, 뭉치 씨를 힘들게 하는 그 사람을 뭉치 씨가 통제할 수 있어요. 한 달간 그래 온 것처럼요. 그리고 그 사람에게 직언을 하고 자꾸 거절하면 그 사람은 뼈 아프겠지만 그 사람이 좀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나 마찬가지죠. 본인이 정 괴로우면 본인도 상담을 받거나 치료를 받겠죠. 오히려 뭉치 씨가 그 사람에게 상담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거니 그 사람에게 귀인이죠. 그러니까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그 사람을 만날 때마다 오늘은 이 사람을 어떻게 곯릴까 생각해봐요. 곯리는 재미를 느껴 봐요. 그런 사람들에겐 절대 틈을 주면 안 되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거예요."
"톰과 제리처럼요?"
이번엔 다시 선생님이 웃을 차례였다.
"네, 톰과 제리처럼요!"
오늘 상담은 아주 유쾌했다. 톰을 대할 생각을 하니 제리처럼 짜릿해졌다.
"그 사람에게 받은 심리적 압박이 분명히 있어요. 그걸 털어내야 가벼워져요. 우리가 오늘 나눈 이야기는 가벼워지기 위한 노력이에요."
내담자가 상담가에게 정보를 많이 줘야 상담가는 더 분명하게 내담자가 처한 상황을 그려볼 수 있다고 한다. 더 가벼워지기 위해, 그래서 종국에는 하늘을 떠다니는 풍선처럼 자유로워지기 위해 선생님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Tip. 하루 10분 마음 챙김 명상으로 인생 바꾸는 법
https://youtube.com/watch?v=36I2XldlOYA&feature=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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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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