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에디터
에디터.
edit + er로 무언가를 편집하는 사람을 뜻한다. 글을 쓰는 사람도 있고, 미디를 찍는 사람도 있고, 코딩을 하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건 무언가 '편집'한다는 것이다. 날 것 그대로의 컨텐츠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분해하고 조합하여 하나의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사람.
editor
좋은 에디터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며칠 동안 생각해보았다. 정보성 글을 요약하거나 보기 쉽게 재 정렬하는 과정은 에디터의 역할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요약한 정보에 자기주장을 싣게 되면 그것이 좋은 에디터의 컨텐츠가 되는 걸까?
아니다.
그건 정말 학생 수준의 독후감밖에 되지 않는다.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글'이라는 장르의 컨텐츠를 생산하고 활동하면서 체득하게 되는 좋은 글의 느낌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흐름'이다.
날 것의 정보를 요약하고 정렬해서 보기 좋게 만드는 것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기본 전제이다. 여기서 글의 흐름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만드느냐에 따라 에디터의 실력이 나오는 것이다. 글을 읽기 좋게 배열하고 전하고자 하는 주장을 조금씩 주입해 마지막 문장에 이르렀을 때 자연스레 에디터의 주장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어야 성공적인 글이 되는 것이다.
특히 아트인사이트는 문화예술을 메인으로 하는 언론이기 때문에 작품의 리뷰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이 요구된다. 우리는 그들의 노고를 향유하고, 메세지에 공감하여 세상에 널리 알려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것이 아트인사이트라는 플랫폼의 활동 모토이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들이 많아질수록 하나 둘 생겨나는 오류가 있다. 바로 본인이 특별한 권한과 지위를 가지고 있다 착각하는 것. 물론 인플루언서가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오만한 생각이고 컨텐츠를 리뷰하는 사람으로서 행하는 크나 큰 오류이다.
좋은 에디터는 문화를 재단하고 작품을 품평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문화 애호가'이기에 문화를 향유하고 나눌 뿐이다.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진 우리기에 오만함에 빠져 작성하는 텍스트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신중하고 깊은 감상을 통해 작품을 있는 그대로 감상하고 느낀 점을 풀어내면 된다.
내가 사랑하는 문화를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
문화를 나누기 위해 노력하는 컨텐츠 제작자들을 생각하며 온 신경을 다해 문화를 향유하고 쏟아내는 것.
독자들이 컨텐츠를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글.
위 세 가지 요소가 좋은 에디터가 되기 위한 기본 소양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 독자는 글쓴이가 어떤 메세지를 전하는지 캐치하여 자신의 지식을 증진시키는 데 이용한다. 수많은 글쓴이가 야심 차게 자신의 글을 쏟아내지만 독자는 이를 골라 읽는다. 이들이 글을 선택하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누구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주제를 찾고, 누구는 읽기 좋은 문체를 찾고, 누군가는 강렬한 제목이나 문장에 이끌려 찾아 읽는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독자는 글쓴이에게 갑이 될 수밖에 없다.
방황하는 독자를 사로잡기 위해 글쓴이는 자신의 글이 독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해야 한다. 강렬한 제목을 선정하고, 위에 언급했던 '읽기 좋은 흐름'을 구상하고, 세부적인 타겟을 정해 독자에게 어필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일방적이고 충동적인 전략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위 요소에 따라 독자가 느끼는 첫인상이 달라진다. 처음 마주하는 제목에 호기심을 느끼고 클릭. 이어지는 서론과 본론, 그리고 결론에 이르기까지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사고의 과정. 다시 올려다본 제목에서 깨닫는 글의 의도. 삼박자가 딱딱 들어맞아야 독자는 만족한다. 이후 찾아오는 물음표의 향연은 독자로 하여금 글쓴이와 소통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게 한다. 그렇게 독자와 글쓴이의 핑퐁으로 완성되어가는 사고의 과정은 서로에게 성장의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번에 sns를 정리하면서 아트인사이트 공유용으로 쓰는 계정을 하나 만들었다. 이전에는 본계정에 합쳐 활동하며 url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는데, 그러다 보니 홍보도 안 되고 의미도 없는 껍데기뿐인 게시글이 되어 있었다.
소통을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글을 모아두는 계정들은 팔로워가 몇 천, 몇 만에 이른다. 반응 역시 뜨겁다. 반면 영화나, 연극, 도서 등의 주류문화들은 다양한 그룹의 반응을 얻기 어려웠다. 유독 문화예술 컨텐츠는 바늘처럼 진입 장벽도 높고 폭도 좁았다. 요즘 말로 '고였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영화제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단편을 연속으로 상영하고 마지막에 감독들과 소통을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감상을 했기에 신이 나서 질문을 여러 개 던졌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감독과 관객의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GV임에도 일방적인 정보전달에 지나지 않았다. 유명 교수가 와서 한마디 하고, 업계 권위자가 와서 한마디 하고, 관객들은 가만히 듣고만 있고 말이다. 아 이게 현실이구나. 관객보다는 업계 종사자를 우선하는 관습이 있구나. 일반 관객이 느꼈을 정도인데 젊은 예술인들은 오죽할까.
소통을 해야 한다.
더 풍부하고 깊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문화애호가인 우리가 먼저 다양한 계정에 가서 소통을 시도하고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 직접적으로 컨텐츠를 생산하지 않는 우리이기에 관련 업계 종사자에게 다가가 대화를 하고, 전문적인 이야기와 사례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작업 중에 생긴 에피소드라던지, 어떤 메세지를 가지고 컨텐츠를 만들었는지와 같은 비하인드까지 캐치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
고이지 않도록 막혀있는 물길을 트고 장애물을 걷어내야 한다.
문화애호가와 문화예술종사자의 상호 협력 하에 서로 견제하고 소통하며 꾸준한 피드백이 오가야 한다.
그들의 중간다리 역할을 막힘없이 수행해야 하는 위치.
그것이 에디터이다.
향유하다 : 누리어 가지다
에디터는 가장 기본적인 자료를 취합하고 분석하여 보기 좋은 가공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그리고 아트인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에디터는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문화를 누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기에 이곳에 터를 잡고 활동하고 있다. 내가 누린 컨텐츠를 당신도 누렸으면 좋겠고, 새로 등장한 작품을 가장 먼저 즐기고 싶은 욕심도 있다. 그렇기에 나는 에디터로서 당신과 소통을 하고자 한다.
세상엔 나만 알고 있기 아까운 것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