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분 들어오세요."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떨리는 마음을 안고 크게 심호흡을 한다. 옷매 무새를 가다듬고 자신감을 있는 대로 끌어올려 눈에 힘을 준다.
‘잘할 수 있겠지.’
속으로 수십 번은 반복했던 질문.
이번 면접을 위해 1년을 준비했다.
뭐 하나 잘난 것 없는 내가 면접장 앞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이제 문고리만 열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면접관에게 나를 속속들이 내비쳐야 한다. 기본 신상부터 지원 동기, 가치관, 마지막엔 인성까지 그들에게 검증받아야 한다. 과연 그들이 누군가의 인성을 검증할만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런 부분을 따질 때가 아니다. 오히려 있는 장점, 없는 장점 다 끄집어내어 나를 증명해야 하는 자리이다.
오죽하면 커뮤니티 유머글에서는 면접 꿀팁이라며 노래를 하거나 삼행시를 해서라도 면접관에게 본인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글이 종종 보인다. 똑같은 지원자를 수백수천 명 봐온 그들로서는 평범한 지원자는 눈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와 비슷한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지원자들이 한가득 일 텐데 이력서 첫 장만 봐도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가늠할 수 있을 터이고, 내 스펙으로는 면접관의 만족을 채울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어쩌나, 안 된다고 미리 생각하고 들어가는 면접은 없듯이 이것도 하 나의 도전이겠거니 하고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들어갔다. 아니, 편하다 고 자기 최면을 걸며 들어갔다고 하는 게 맞겠지. 문을 열자 보이는 풍경, 가운데 덩그러니 의자가 놓여있고 맞은편엔 면접 관이 앉아있다.
"안녕하세요. 자리에 앉으시면 됩니다."
딱딱한 면접을 생각했는데, 의외로 친절하다.
"지원 동기부터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네, 저는 제 가능성을 펼치고 싶..."
"그런 준비해 온 말들 말고, 정말로 K 씨가 하고 싶은 말을 해보세요."
당황했다.
그동안 연습했던 대사가 머릿속에서 사르르 녹아버렸다. 혹시 고도의 압박 면접인가?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테스트하는 질문인 가 싶었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했다가는 낮은 점수를 받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분명 의도가 있는 질문일 것이라 생각하고 이 정도 함정에 빠지지 않겠다 굳게 다짐하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네, 정말 진심으로 제 가능성을 이 회사를 통해 펼치고 싶기 때문에 지원했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면접관은 옅은 미소를 띠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함정에 걸리지 않은 내가 대견하게 느껴지며 다음 멘트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이곳 ᄆᄆᄆ는 제 꿈을 이루기에 아주 적합한 곳입니다. 면접을 위한 멘트가 아닙니다."
면접관은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다.
"어차피 지원자에 대한 정보는 이력서에 다 나와 있습니다. 그렇다고 자기소개서를 통해 지원자의 인성이나 흥미, 특기 같은 추상적인 부분을 캐치할 수도 없다 생각합니다. 마침 저도 똑같은 자기소개서를 수없이 읽고 있는 참이라 지루할 타이밍이었거든요. 그러니 경계하지 마시고 K 씨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세요. 편하게 대화한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뭐 이런 면접이 다 있지?
예상치 못한 면접 스타일에 매우 당황했다.
"어차피 마지막 지원자이시니까 편하게 해 봐요. 음, 그러면 취업준비 기간 이 얼마나 되셨죠?"
"1년 됐습니다."
"그럼 어쩌다 취준생이 되었는지부터 이야기해주세요."
"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