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했다.
학생에서 백수가 되었다.
대학생일 때는 얼른 졸업해서 일하고 싶었다. 충분히 배웠다 생각했고, 학교에서 보는 필기시험을 벗어나 실무에서 내 역량을 잔뜩 뽐내고 싶었다. 초중고 12년, 대학 4년까지 총 16년을 배워 완성된 나는 얼마나 대단한 사람일까! 너무 궁금했다.
멋지게 프로젝트를 성공해내고 주어진 업무를 착실히 수행하며 한 달에 한 번 들어오는 월급을 보고 행복해하는 모습, 차곡차곡 돈을 모아 그동안 고생하신 부모님께 감사하다며 효도하는 모습, 친구들과 모여 각자 사는 이야기를 하며 소소하게 풀어내는 일상의 여운.
어엿한 사회의 일원이 된다는 벅찬 마음이었다.
하지만 졸업하고 나니 전부 허상이었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학생, 아니 이제는 학생의 신분도 반납한 '백수'가 되었다. 사회의 일원이 되어 열심히 스스로를 빛내보겠다는 젊은 날의 패기는 펼쳐보기도 전에 꽁꽁 묶여버렸다. 덕분에 집에서 가만히 앉아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깊이 고찰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입학을 했을 때는 세상이 다 내 편인 것만 같았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 이 새로웠고, 하고자 하는 모든 일은 도전이 되었다. ‘실수해도 신입생이니까, 아직 학교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괜찮아.’라는 위로의 말을 들으며 마치 무적의 신병처럼 뭘 해도 괜찮은 나이가 된다. 성인이라 는 타이틀을 가지고 책임을 요하지만 핸디캡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졸업을 하고 나니 정말 모든 책임을 져야 했다. 사회인이듯 백수든 중요하지 않다. ‘당신은 이제 학생의 신분을 벗어났으니 공부를 핑계로 보호받을 시기는 지났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처음 한두 달은 좋았다. '백수' 타이틀은 벗고 '취준생'이라는 타이틀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책임은 내가 지고, 모든 결과는 내 의지로 결정되지 않는다.
나는 졸업이라는 이름하에 사회로 던져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