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 아신전
넷플릭스를 뒤적이던 와중에 기다리던 작품의 후속작이 나왔다.
정확히 말하면 후속작이라기보다는 외전이다. 시즌 2 마지막에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을 듯한 의문의 인물이 나오면서 시즌이 끝났고, 그렇게 시즌 3만 숨죽여 기다렸는데! 마침 이번에 나온 작품이 그 의문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였다.
킹덤은 시그널의 작가인 김은희 작가 작품이다. 시그널도 시공간을 뛰어넘어 과거로부터 온 무전에 의지해 미지의 사건을 풀어나가고, 또 막아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야말로 SF를 드라마에 찰떡같이 녹여내었다고 할 수 있는 드라마였다. 덕분에 시그널을 통해 김은희 작가의 판타지적 역량을 기대하게 되었고 3년 뒤 '킹덤'이라는 한국 좀비 영화에 획을 긋는 대작이 탄생했다.
필자는 귀신이 나오는 영화는 정말 싫어하지만 좀비가 나오는 영화는 좋아한다. 왜냐고 묻는다면 현실성의 여부라고 말할 수 있다. 귀신이든 좀비든 현실성이 떨어지지 않느냐고 다시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바로 '기분'이다!
귀신이 나오는 영화는 보통 주인공 포함 소수의 인원이 스산한 기운을 풍기는 집에 들어가면서 시작하거나, 외출했다 돌아오면서 무언가 스산한 기운을 가지고 들어오면서 스토리는 진행된다. 그러다 보니 내 주변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일들을 다룬다. 대표적인 연출로는 침대 밑 무언가와 거울 속 무언가를 예로 들 수 있겠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자꾸 거울이 신경 쓰이고 발밑이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서 괜히 더 무서워진다.
하지만 좀비가 나오는 영화는 다르다. 일단 현실성부터 굉장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좀비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도저히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행동과 기괴한 소리를 내며 행동한다. 애초에 뇌사 상태에서 사람이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않는다! 뇌에서 신호를 보내서 몸을 움직여야 하는데, 아무리 바이러스의 힘으로 움직인다 해도 사람 몸이 버티질 못한다. 마치 연체동물처럼 꿈틀거리기만 할 것이 분명하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좀비는 절대 내 옆에 존재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좀비 영화는 아무리 봐도 무섭지가 않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주인공들의 변화에 있다.
처음에 좀비만 보면 창백해져서 아무것도 못하고 겨우 도망치던 사람들이 궁지에 몰려 좀비를 하나, 둘 잡기 시작하면 어느새 영화 종반에는 좀비쯤은 가볍게 처치하는 위엄을 보여준다. 쇠파이프 하나만 있으면 다 때려잡으면서 목적을 달성한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점은 인간의 감정이다. 주인공들은 각자 생존에 필요한 물자를 모아 이동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믿다가 배신당하고, 싸우다가 화해하고, 절망의 상황 속에서도 인간의 본능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관람 포인트는 좀비에서 벗어나 사람들 사이의 관계로 바뀐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번에 나온 킹덤 : 아신전은 조선을 무대로 하고 있다. 여느 좀비물과는 다르게 시대의 흐름 속에 좀비가 있었다는 흥미로운 관점으로 시작한다. '월드워 Z'나 '부산행'과 처럼 보편적인 플롯은 어느 날 좀비가 나타나 세계는 멸망하고, 생존자들이 치열하게 살아남아 새로운 희망을 밝히는 형태를 뗘 아포칼립스의 묘미를 보여준다. 하지만 킹덤은 인간이 필요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어 목적을 달성하고 은폐하는 스토리를 보여준다. 그들은 좀비에 휘둘리지 않고 소수의 좀비를 연구하여 그들을 통제하는 방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러니 아무리 좀비가 활개 쳐도 영화의 흑막들은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는 것이다.
특히 더 이목을 끄는 점은 조선의 실존 인물과 역사의 순간을 적절하게 활용했다는 점이다. 중간중간 나오는 큰 사건을 보면 왜란 이후라고 언급을 하기도 하고, 이번 아신점에서는 여진족을 배경으로 하여 마치 병자호란을 연상케 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또한 '해원 조 씨'가 등장하여 세력을 잡고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왕위를 누가 계승하고 어느 집안이 힘이 있는지 등 사극에서 볼 수 있는 단골 클리셰와 함께 기본 상식으로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을 떠올리게 하며 영화를 볼 때 더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좀비물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정체 불명의 바이러스로 인해 좀비가 창궐하고, 그들에 의해 풍비박산 나는 사람들, 그리고 생존자들이 모여 점점 더 강력해져 좀비 사태의 비극을 이겨내는 플롯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좀비물 특유의 액션과 스릴, 그리고 이어지는 생존자들의 갈등, 생존을 위해 인간이 어디까지 추해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란 감독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느끼고 인지하는 재미가 있는 복합적인 콘텐츠이다.
그런 면에서 좀비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좀비 아포칼립스'장르는 스릴과 액션, 그리고 감독의 메시지까지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고차원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좀비 보러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