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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상 Apr 04. 2022

[Project 당신] 좋아하는 것을 좋아했던, 지금.

안녕.

안녕하세요.

아트인사이트 컬쳐리스트 김상현입니다. 


2년 전, 2019년 10월 첫 글을 쓰며 에디터로서의 첫 시작을 했습니다. 

이후 19개의 글을 투고하고, 202년 3월부터 컬쳐리스트로서의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휴식을 가진 뒤, 오늘에서야 첫 글을 쓰고 있습니다. 


사실 변한 건 없습니다. 

그저 이전과 동일하게 책을 읽고 감동을 받고, 영화를 보고 함께 그 세계로 빠져들고, 연극과 뮤지컬을 보며 배우들과 함께 무대 위에 서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가 오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시침이 6을 가리키는 걸 보고 이제 막 퇴근한 저는, 지금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직장을 가지고 사회의 일원이 되어 이제 막 첫 발걸음을 떼었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환경에서 첫걸음을 딛었습니다. 폐쇄적이고 집단적인 특성을 가진 직장 탓에 대비 수준은 최고를 유지하고 있었고,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부서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바깥 생활에 주의해야 하고, 사람을 만나거나 휴일을 즐기는 것도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화예술 플랫폼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함께 소통해야 하지만, 공연이나 전시는 물론 퇴근하고 집에 와서는 책 한 장 넘기기도 힘이 들었습니다. 내면에 있는 생각을 깊이 우려내고 깨끗하게 정제하여 글에 투영해야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쳇바퀴 타는 다람쥐처럼 나아질 미래를 생각하고 열심히 달렸지만 변하는 건 없었습니다. 업무량이 늘면 늘었지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나를 위한 시간을 온전히 가지지 못한 채 하루하루 살아갔습니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열심히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온 뒤에는 성과가 남았습니다. 하지만 온전히 나라는 사람을 두고 바라봤을 때는 그저 멀리만 바라보고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정체된 채로 환경 탓만 하고 있던 거죠.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무언가 공허한 느낌이다. 


어쩌면 나도 빛나고 싶은 걸까? 

화려하게 빛나는 사진 속 아름다움을 보며 나도 빛나고 싶은 걸까. 

저 밝게 빛나는 북극성을 동경하기에, 나도 누군가에게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걸까. 

잡을 수 없는 허상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 걸까. 


힘들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며 지금을 살아가는 걸까. 

나를 상대방에게 밀어 넘기며 나만을 위해 살아가기를 바랐던 것일까.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시간 속에서 나의 존재를 찾고 싶은 걸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누구인가.


- 3월의 기록 중 하나 -


공연을 참 좋아했다. 

하나의 극본을 가지고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참 좋아했다. 무대를 만들고 조형물을 세우고, 각종 조명과 장치들을 이용해 이야기의 배경을 만들어낸다. 조명의 색은 어느 때는 강렬하고, 어느 때는 차분하고, 어느 때는 우울한 느낌을 부여한다. 뒤에 깔리는 배경음은 무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더욱 몰입감 있게 해 주고, 각종 무대장치들은 공연의 전반적인 흐름을 보다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렇게 짜인 공간 위에 배우들이 올라선다. 각자 맡은 역할을 연기하며 무대에 선 순간만은 내가 아닌 텍스트 속의 누군가를 표현한다. 텍스트로만 존재하던 그들의 감정, 행동, 표정과 말까지 표현해낸다. 


영화를 참 좋아했다. 

티켓을 끊고 입장하면 펼쳐지는 아늑한 공간. 푹신한 의자가 줄지어있고, 커다란 스크린이 눈앞에 나타난다. 그래서인지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도, 사람이 많은 시간대는 피해서 보러 갔었다. 주로 조조영화나 심야를 즐겨봤었지. 상영시간이 되면 불이 서서히 꺼지고 거대한 스크린에 나타나는 영상 속으로 빠져든다. 360도 서라운드로 내 귀를 직접 때리는 웅장한 사운드는 영화를 더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책을 참 좋아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을 보고 책을 집는다. 사라락 펼쳐보며 종이의 질감을 느낀다. 목차를 차례로 훑어보며 나이 책은 어떤 흐름으로 어떤 여행을 선물해줄까. 다시금 생각한다. 그리고 읽어 내려가는 텍스트. 순수하게 텍스트로만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자는 영상이 되어 머릿속에 재생된다.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설명이 없어도 자연스레 인물의 모습을 그려주고, 어떤 감정으로 어떻게 표현하고 상호작용하는지 보여준다. 


또 요즘에는 사진을 좋아한다. 

내 시선으로 바라본 풍경이 영원히 남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사진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잘 찍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차 시간이 지나고 컷 수가 쌓이자 내가 좋아하는 구도를 찾게 되었고,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영원의 조각으로 남길 수 있었다. 


결국 돌아보면 나를 이루고 있는 요소들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 잠깐 고개를 돌려 바라보기만 했어도 나와 울고 웃고 지냈던 순간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이제는 좋아하는 것을 하자. 

좋아하는 것을 좋아했던 지금을 추억으로 남기자. 

안녕! 오래 기다렸지, 내 사랑하는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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