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서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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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에서는 옆자리 수다를 엿듣는 게 제일 재밌다.
초1이라는 어떤 꼬맹이는 앉아서 꽤나 심도 있는 나라 걱정을 늘어놓았다. 디자이너 선생님이 넌 그런 걸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일찍 자는 게 너무 싫은데 <9시 뉴스>를 보겠다고 하면 부모님이 10시까지 안 자도 가만히 내버려 둔단다. 재밌지도 않은 뉴스를 보면서라도 하루를 늦게 마치고 싶은 어린이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한 아주머니는 골프광인 듯했다. 디자이너 선생님이 자기도 골프를 배우고 싶은데 재밌냐고 물으니, 젊을 때는 골프 말고도 재밌는 게 많은데 뭐하러 벌써 배우냐고 하셨다. 나이 들면 골프 말고 할 게 없어서 별수 없이 치는 거라고. 별수 없이 치는 골프에 휴일을 몽땅 쓰는 골프광의 마음이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