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을 불허하라
오늘도 심각한 저출산의 사회문제와 직장맘의 고충에 대한 기사를 보면서 생각한다.
정말이지 기자도 정부도 헛다리 짚고 있구나.
물론 직장과 사회와 제도에서 직장맘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나라가 저녁이 없는 삶이 부모 모두에게 지배적인 곳이라는데 있다.
단순히 육아에 아빠가 적극참여해야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피로와 불균형에 관한 문제다.
육아를 하면서 느낀게 아이를 잘 키우려면 피곤해선 안되겠다는 자각이었다. 피곤하고 여유가 없으면 애한테 인내심을 발휘할 수 없었다. 일을 확 줄였다. 잠을 늘였다. 여름부터는 없는 시간 쪼개서 운동을 시작하고 단식도 시작했다. 이 모든 게 육아를 위해 체력을 기르기 위함이었다.
이 법칙은 직장 안에서도 적용된다.
'동료가 직장맘이다. 애를 키우느라 아무래도 이전보다 업무능력이 떨어진다. 회사에서는 비용을 들여서 대체인력 같은 거 충원해줄 생각도 안한다. 저 사람이 못하는 업무의 로드가 고스란히 내게 돌아온다. 평소에도 야근이 자주 있는데 더 늘어난다. 나도 애가 있는 아빠란 말이다. 나는 애 얼굴 몇번이나 본다고. 그나마 넌 맞벌이잖아. 난 외벌이란 말이다. 내 코가 석잔데 너 배려해줄 여유 따윈 없다.'
현재 우리사회의 피로도는 만수위다.
나는 우리나라의 출산률을 높이려면 일단 야근을 불법화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야근에 대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주간에 내 일을 다 못한다면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사람이 무능력하거나 게으르거나. 또 다른 하나는 실제로 일이 너무 많아서 야근을 하지 않으면 안되거나.
지금 우리나라는 두 가지 이유가 혼재되어있다. 어차피 야근 시킬 것, 야근하라고 눈치줄텐데, 낮에 뭐 피곤한데 대애충 일하는 사람도 많고, 실제로 일이 너무 많아서 제 시간에 퇴근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야근이 불법화되면 첫번째 이유의 경우, 못버텨서 짤리거나, 아님 퇴근해야하니까 낮의 집중력이 올라간다. 둘째 이유일 때는 사람을 충원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저녁이 없는 삶이다 보니, 아이들의 저녁도 없게 된다. 학원으로 뺑뺑이 돌리고 (엄마빠가 퇴근을 못하니 ㅠㅜ) 아이들은 더 불행해진다.
나는 야근은 우리 사회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못살았을때 모두가 허리띠 졸라맬때, 직원도 회사도 궁핍했을 때의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 머슴을 잘 부리는 고연봉 마름은 자기가 회사인 줄 알고 아랫것을 부리는 데 혼신을 다 한다. 회사는 그 점을 잘 이용해서 이제는 그렇게 안해도 되는데 그게 이익이니까 과거의 악습을 그대로 이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또 한가지 중대한 이유가 있다. 바쁘고 피곤하면 사람은 질문을 하지 못한다. 질문을 하지 못하면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하고, 문제의식을 가진다해도 너무 피곤해서 이를 문제화시키지 못한다. 현대사회의 노예는 이렇게 양산되는 법이다.
외국은 육아정책이 왜 잘되느냐, 잘 살펴보면 아빠들의 퇴근시간부터가 다르다. 보통 4-6시가 아빠들의 퇴근시간이다. 그때 퇴근하면 동료들과 한잔 하러 갈 분위기도 안나온다. 그때 퇴근하면 집에 가서 아이들과 신나게 논다. 아빠도 아이들도 하루의 스트레스가 다 풀린다.
내가 4-6시에 퇴근하는데 동료 직장맘이 애 때문에 좀 일찍 간다한들 크게 개의치 않는다. 또한 본인도 육아에 적극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그 고충을 십분 이해하고 더 배려해줄 수 있다. 배려의 마음이 있기에 사회 정책이나 회사 사규에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이렇게 바뀌는 거다.
정부가 각종 정책과 돈 갖다 뿌려도 안되는 게 이런 이유다. 일단 야근을 불법화 시키는데 정책과 돈을 쏟아붓어라. 그 다음이 직장맘과 출산에 대한 각종 정책들이다.
그리고... 하나 더 생각해봐라.
저녁이 없는데.... 밤이 있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