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 나란히
빛바랜 지붕이 시간을 감는다.
동이에 샘물 긷던 먼 옛날로
로마 수도교가 광장을 가른다.
돌과 돌 층층이 맞물려
위로 받치고 아래로 누르며
버텨온 이천여 년.
물길 닿으며 성벽을 오른다.
대성당 지나 알카사르 앞에 선다.
협곡을 아래로
다리가 열리고 닫히며
시간의 강이 흘러간다.
로마 요새로부터 이슬람 궁으로
카스티야 성으로
멀리 벌판이 펼쳐진다.
성벽 기대어 길을 좇는다.
길은 길을 부르며
길 속으로 하나 되어 사라진다.
길이 흐른다.
(세고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