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수덕사 대웅전
눈 흩뿌린 산길
대웅전의 고요한 빛에
숨을 삼키고 걸음을 멈춘다.
안으로 한 스님
두 팔 벌려 부처를 향하고
겨울나무 빈 가지가 하늘을 담는다.
수덕여관 옛터
초가는 두 화가의 발길을 들려준다.
나혜석이 머물고
배움 찾아온 이응노는 훗날
우물가에 그림을 새긴다.*
떠안은 시대의 그늘에서
수묵의 선은 바위로 흘러
글자인 듯 사람인 듯
작고도 큰 움직임으로 담긴다.
바람과 낙엽에 쓸리고
밤의 적막을 더하여 거두며
너럭바위는 들려준다.
피고 지며 삶을 살아내는
나와 너, 우리의 모습이라.
고암의 '군상' 앞에 서면
작은 사람들이 춤을 추고
구부려 일을 하고 무언가 외치며
수없는 몸짓이 모여 물결친다.
*고암 이응노
1967-1969 동백림사건 사면 후 암각화
(수덕사 대웅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