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주방의 불꽃, 해답은 간단했다

공기처럼 존재하던 불꽃의 소중함

by 이디뜨

'탈탈탈탈 슈웅 띠띠띠'

우리 집 가스레인지에 문제가 생겼다. 가스를 켜면 이상한 소리를 내다가 화구에 불이 잘 붙지 않았다.

"가스불이 또 말썽이네. "

원래 화구 세 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어야 정상이다. 문제가 생기자, 화구 하나가 켜지면 다른 화구가 안 켜지거나, 두 번째 화구를 켜려고 시도하면 켜졌던 불꽃도 꺼졌다. 잠시 밸브를 잠궜다가 다시 켜면 가스 냄새만 풍기며 켜지지 않거나, 화구 하나만 겨우 켜질 때도 있었다.

당연하게 켜지던 불꽃에 문제가 생기자, 식구 많은 우리 집 수시로 가동하는 부엌에서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대책을 세워야겠어. 이참에 인덕션으로 바꿀까?"

이전 집에서는 인덕션을 사용했었다. 인덕션은 청소가 간편하고 유해 가스가 없어서 쾌적한 사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섬세한 화력 조절에 비해, 센 불로 빨리 요리가 가능한, 소위 불맛을 포기해야 했다.

" 라면도 계란프라이도 불맛이 있는데, 수리를 받아보지."



인덕션 사용에 못내 아쉬움을 표했었던 남편이 의견을 냈다.

가스레인지가 아무 이상이 없을 때는 몰랐다. 큰 화구에 국을 끓이면서, 작은 화구에 먹던 찌개를 데우고, 나머지 화구에서는 볶음이나 프라이도 동시에 했으니까. 나는 가스레인지를 고치지 않고 음식을 익힐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려 보았다.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 토스트기, 또 하나 휴대용 버너까지. 급한 대로 대접에 국을 덜어서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에어프라이어에 비엔나소시지를 구워보았다. 국은 팔팔 끓는 맛을 내지 못했고, 비엔나소시지는 찐 것처럼 맛없게 되었다. 주요 화기인 가스레인지가 제대로 기능을 못 하니까, 나머지 기구들의 장점까지 퇴색되었다. 평소에 전자레인지와 에어프라이어를 유용하게 잘 쓰는데도, 가스레인지 대용으로 쓰자니, 2프로 부족함이 느껴진 것이다.

"엄마! 가스레인지가 잘 안 되어서, 토스트기에 식빵 구워 먹었어요."

내가 집을 비운 동안 아이들도 밥을 차려먹으려다가 토스트기에 식빵을 구워 먹었다고 했다. 가스레인지 수리는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었고 원인 파악이 시급했다.




일상의 편리함이란, 불편한 순간이 오기 전에는 그 소중함을 모른다. 단수가 되어야 비로소 물의 소중함을 깨닫듯이, 가스레인지 고장은 내게 불의 소중함을 알려 주었다.

'주방에서 불을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당연시해 왔던 편리함이었나?'

'가스레인지 교체'를 검색하니 점화 불량의 두 가지 요소를 먼저 점검해 보라고 나왔다. 첫 번째는 건전지 소모이다. 두 번째는 점화 플러그나 불꽃감지 센서의 불량이다. 점화 플러그에 물이 들어가거나 오염이 되어 있을 경우 불이 안 켜질 때도 있단다. 나의 경우, 빌트인 가스레인지를 사용한 지 3년 차인데 한 번도 건전지를 교체하지 않았다. 아마 건전지 소모가 원인일 가능성이 가장 컸다. 가스레인지에 들어가는 건전지는 대부분 D형 건전지라고 했다.

드디어 건전지를 교체할 준비를 했다. 우선 가스 밸브를 잠그고 빌트인 가스레인지의 쿡탑 부분을 들어 올려야 했다. 싱크대의 대리석 상판과 쿡탑 부분의 틈에 양식용 나이프를 살짝 끼워 지렛대 원리로 살짝 힘을 줬다. 툭 소리를 내며 틈이 벌어지더니 이내 쿡탑 부분이 분리가 되어 건전지를 갈아 끼울 수 있었다. 미처 청소하기 힘들었던 테두리 안쪽의 기름때도 이참에 닦으니 속이 시원했다.

'부디 켜져라! 제발!'

밸브를 열고 버튼을 돌리자마자 시원하게 올라오는 불꽃들에 쾌재를 불렀다. 화구 세 개를 동시에 켜도 불꽃이 잘 올라왔다. 원인이 건전지 소모가 맞았던 것이다.



가전제품은 겉보기에는 복잡해 보여도 작동원리는 의외로 간단한 경우가 많다. 최근에 다른 가전들의 작동에 문제가 생긴 것도 의외로 간단한 이유였던 것처럼 말이다. 멈추었던 식기세척기는 배수구에 낀 작은 비닐조각 하나가 원인이었고, 세탁기는 수평이 안 맞아서 탈수에 문제가 생겼다. 냉장고의 냉기가 약해졌던 것은 뜻밖에도, 냉장고를 꽉 채워서 냉기 순환을 방해했기 때문이었다. 청소기도 꽉 찬 필터를 비워줌으로써 흡입력이 개선되었다.

당연한 듯 편리하게 사용했던 가전들에 문제가 생기면, 수리에 많은 비용이 들거나 교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의외로 작은 해법으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요즘은 검색 한 번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스스로 문제를 찾아 해결하기도 쉬운 세상이다. AS를 부르거나 새 제품을 검색하기 전에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보자.

기분 탓일까? 건전지 교체로 다시 살아난 가스레인지의 화력은 이전보다 더 셌다. 에너지가 충전된 가스레인지가 다시 주방에서 열심히 제 몫을 할 수 있다. 나는 배고픈 딸을 위해 된장찌개, 숙주나물, 계란프라이와 비엔나소시지, 김볶음까지 동시에 만들어 밥상을 차렸다.

"엄마 어떻게 이렇게 빨리 된장찌개를 끓였어요?"

"가스레인지가 잘되니까 금방 했지."

한 번에 탁! 하고 붙는 불꽃이 어찌나 고마운지, 이 날따라 팔팔 끓인 된장찌개의 맛이 일품이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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