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나 따듯했네
딸아이가 옷정리를 하고 거실에 내놓은 박스를 열었다.
파스텔색 포근한 수면 잠옷 두 벌이 작아지고 낡은 옷들 사이에 엉켜 있었다.
2년 전엔가 서울에 친구들을 만나러 갔을 때, 지하상가에 걸린 여러 디자인과 딸아이의 얼굴을 머릿속에 매칭해 보며 한참을 골랐던 기억이 난다.
그때 사다준 수면 잠옷이었다.
"짝이 안 맞아? 이거 작아?"
수면 잠옷은 뭔가 답답하고 불편하다며 한동안 입지 않더니, 결국 버리기로 한 모양이다.
새거나 다름없어 보이는데, 안 입는다고 버리는 게 내키지 않았다.
막내한테 입겠냐는 의사를 물어보니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며 "NO" 했다.
"엄마가 입어 볼까?"
처음으로 입어 보는 수면 잠옷은, 내 몸에 딱 편하게 맞고 포근했다.
하늘색 바탕에 연핑크 복숭아와 흰꽃, 베이지 바탕에 갈색 곰돌이와 노란 꽃이 동실거리는 잠옷을 입고 집안을 활보했다.
앉아서 티브이를 볼 때도, 뒷베란다에 빨래를 꺼내러 갈 때도 덜 추웠다.
집에서 세 딸들을 마주칠 때마다 딸들에게 웃음을 주고, 안아줄 때 담요처럼 좀 더 포근한 감촉을 준다는 생각에 마음이 흡족하다.
버리는 대신 만족스럽게 내 것으로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의 가치는, 갖고 싶던 걸 가졌을 때의 기쁨에 견주어도 결코 가볍지 않은 것 같다.
다음번에는 내 취향의 수면 잠옷을 한번 찾아볼까?
잔꽃무늬가 은은한 밝은 색의 디자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