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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글을 기다리는 딸에게

브런치스토리를 대하는 마음가짐

by 이디뜨

"엄마! 글 읽었는데 뭔가 마음을 울려. 자주 써서 올려줘. 구독했어."

엄마가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고 딸아이가 글 세 개 읽고 한 말이다.

자기가 제일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이야기로 엄마가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었다고 하니 더 그랬을까? 간간히 자기 얘기도 나오니 흥미로웠을 거다.


"엄마 글 또 올렸어? 매일 하나씩 써서 올려줘."

"그래? 엄마는 삶의 경험이 적어서인가 글감이 적다."

"엄마! 별일 없는 게 좋은 거지. 괜히 경험이 적다는 말 하면 안 돼."

"아! 맞다. 그럼 경험이 적다는 말 취소할게. 에페페!"


평소 심심하다거나 삶이 무료하다는 말을 입에 꺼내면 꼭 무슨 일이 생기곤 했다.

아이가 열이 난다거나 집에 가전이 고장나거나, 큰 수리비가 드는 as문제가 생기거나 하는 일 말이다.

무료할 만큼 별일 없는 일상이 소중하다는 건 걱정되는 일이 눈앞에 닥치고 골치를 썩일 때에야 깨닫는다.

브런치스토리 글감을 떠올려 보다 지난 삶을 돌아본다.

'내 삶의 경험이 정말 적은 걸까?'

결혼하고 이십여 년의 기간 동안 평균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하고

10년 동안 네 아이를 낳고 키우며

어린이집부터 대학교까지 네 아이를 보내며 수없는 선택을 하고 다양한 시절인연들을 만나며 나의 부족함을 느끼며 지내 왔다.

부족한 사람이 많은 시행착오를 하며 성장해 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진작에 글을 썼으면 다양한 에피소드를 글에 녹여냈을 텐데, 요즘은 내 마음이 비바람이 지나간 잔잔한 들판이나 호수 같은 상태다.

아니 어쩌면 똑같은 비바람이라도 무던하게 맞아내거나 품을 수 있는, 비어 있는 마음 상태가 된 건지 모르겠다.

남과 비교하는 마음이나 누구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을 버리고 최대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물결에 몸을 맡기는 유연함을 갖되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단단함으로 나를 지킨다!"

지나영 교수의 책 '코어마인드'에서는 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내면의 힘, 즉 마음의 중심인 '코어마인드(core mind)'가 단단해지면 인생의 어려움과 굴곡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가치 있는 존재이고 잘하고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다 보면 마음이 평안한 상태가 된다.


브런치작가로서의 내 다짐도 이렇다.

많은 구독자가 생기고 출간까지 가능한 글까지 써내면 좋지만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아야겠다.

브런치스토리작가 지원에 통과했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로 돌아가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좋은 글들을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내게도 구독자분들이 계셔서 감사하다.

글을 쓰면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힐링되는 느낌을 받는 것도 감사하다.

내가 살아온 엄마로서의 삶, 전업주부로서 삶 속에서도 작은 메시지나 울림을 주는 글을 쓸 수 있다면 그걸로 가치 있다.

제일 가까운 딸아이가 엄마의 글을 기다리고, 자기 얘기도 써달라 한다.

딸아이 얘기를 쓰라니... 갑자기 글감이 수십 개는 떠오른다.

산더미처럼 장을 봐 식재료를 쌓아놓고

'어떤 요리부터 해낼까?' 하는 기분이다.

뚝딱뚝딱 부엌에서 솜씨 발휘해 아이들 먹이고 키워왔듯,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내야겠다.

인스턴트라면이면 어떻고 공들여만든 국이면 어떤가?

내손길이 닿으면 그게 요리인 것을

내 마음이 담기면 그것이 글인 것을

글감이라는 식재료로 소박하게 써가는 브런치스토리를 요리해야겠다.

그 어떤 글이라도 딸아이는 맛있게 읽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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