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엔 리모컨 빌런이 산다
리모컨 어디 갔지?
리모컨 본 사람?
물건 쓰고 제자리에 두라 했지?
누가 리모컨 제자리에 안 뒀어?
리모컨에 발이 달렸나?
리모컨 여행 갔나 봐.
리모컨에 줄이라도 달아놔야겠다.
리모컨한테 전화해 봐!
리모컨 누가 숨겨둔 거 아니야?
아이고! 답답해. 리모컨한텐 왜 전화를 못하는 거야?
리모컨이랑 숨바꼭질하는 것 같아.
리모컨아! 나와라.
리모컨 소파 사이에 빠졌는지 봐봐.
난 티브이 안 봤어. 오빠가 아까 보던데...
티브이 마지막으로 본 사람?
리모컨 찾는 사람 500원 준다.
리모컨 찾는 김에 정리 좀 해.
안 되겠다. 아예 티브이를 없애자.
리모컨 여기 있다.
리모컨이 왜 거기서 나와?
리모컨에 발이 달렸나 봐.
리모컨 쓰고 제자리에 좀 둬.
리모컨 자리 정하자.
리모컨 또 없어졌다.
리모컨이 우리랑 장난치는 것 같아.
리모컨 또 소파 어딘가에서 나올 거야.
리모컨이랑 숨바꼭질하는 흔한 하루의 광경이다. 더 정확히는 주말의 광경이다.
티브이를 안 볼 땐 리모컨이랑 숨바꼭질하는 익숙한 상황에 대비해 티브이 근처에 둔다. 그런데 리모컨에 발이 달린 걸까? 이상하게 리모컨은 금방 사라지고 만다.
리모컨이 주로 나오는 장소는 소파 틈이나 소파 뒤편이다. 검은색 리모컨과 어두운 색 소파는 서로의 보호색이라도 되는 듯하다.
그래서 어쩔 땐 리모컨을 눈앞에 두고도 소파 사이만 뒤적거려 찾을 때도 있다.
6인 가족이 다모였을 때는 한 마디씩만 해도 여섯 마디이니 시끌시끌하다.
리모컨이 듣는 귀가 있다면 시끄러워서라도 제 발로 뚜벅뚜벅 걸어 나올 판이다.
이제 다들 바빠서 함께 티브이 보는 시간은 줄었지만, 일주일에 두 번은 펼쳐지는 우리 집 리모컨 찾는 광경이다.
"리모컨한테 전화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