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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시옹 Nov 25. 2019

음원 사재기에 대한 단상

요 근래 가요계의 다양성이 전멸한 이유

이번 2019년 여름 차트였습니다

해를 묵은 사재기 논란은 계속해서 이어져 결국 여름 차트마저도 발라드로 채워지는 아마 우리나라 근 10년간 가요계 역사 상 최악의 후퇴기라고 평가될 시기를 보냈습니다.


너무 주관적인 거 아니냐고요? 장르에 퇴행과 진보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 않나고요?

맞습니다. 장르에 따라 어떠한 순위가 나눠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근데 <어떻게 비슷비슷한 진행의 발라드풍 노래가 차트 1위에서 20위권을 모두 점령할 수 있었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어떻게 답할지 궁금합니다. 그 이전 2017-18년도까지는 발라드가 있었지만 이런 특정 장르의 줄 세우기가 이렇게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또 잠깐 올라왔다가 내려가고 또 다른 노래로 채워지는 선순환이 이뤄졌습니다.


이번 음원 사재기급의 발라드 차트 조작은 가요계의 다양성이 채워지는 여름에 여러 노래가 올라왔다. 내려왔다. 하는 것도 아닌 같은 노래의 점령이 이어졌습니다.

아이돌이 이런 양상을 보였으면 인위적으로라도 차트의 집계 방식을 바꾸면서까지 끌어내렸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발라드에는 자기들 취향에 맞았는지 특정 곡만 순위권에 계속 올라와있는 게 큰 문제로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원래 자기가 좋으면 로맨스 싫으면 불륜이라던가요.


2019년은 해외에서도 내로라하는 뮤지션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당장 빌리 아이리쉬를 시작으로 포스트 말론과 칸예 웨스트의 신보까지 2019년을 상징할 만한 음악적 기류를 이끌어 나갔는데요. 우리 가요계는 이러한 흐름에 그 이전과 다르게 차트의 양상이 거의 중국 음악차트 수준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저 발라드 사재기 때문에 말이죠. 사람들이 좋아해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그 이전의 차트 흐름과 비교했을 때 너무 다르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알앤비, 힙합, 모던 락, 댄스, 발라드를 골고루 좋아하다가 어느 특정 연도에 발라드만 좋아한다고 나오면 사람이 한순간에 다 바뀌는 것도 아니고 의심이 간다는 것입니다.


발라드가 좋다고요? 좋은 건 주관적인 것이니 그렇다 칩시다. 근데 중국 발라드도 좋고 일본 발라드 심지어는 베트남에서 뽑아낸 발라드들도 감미로울 때가 있습니다. 좋은 노래는 많은데 왜 뜨지를 못하는 걸까요?

첫째는 트렌드와 시류를 이끌어 갈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런 노래들은 이미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전 1900년 초반 레그타임, 비밥, 블루스 재즈부터 현재 대중음악(Pbr&b, Trap)까지 모두 듣는 사람입니다. 지금 발라드들에서 나오는 진행, 사운드의 구성, 가사 모든 요소를 종합해 봐도 이건 그냥 2000년대 초반의 발라드곡들을 조금 더 좋은 소프트웨어로 좀 더 부드럽게 만진 수준입니다. 그렇다고 그 가수의 외형적 성격적 특징이 트렌드와 함께할 그 정도도 아니고요.


영국 오피셜 차트입니다.

차트란 단순히 어떤 음악이 많이 스트리밍 찍히냐를 넘어서 장르적 다양성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빌보드 차트 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소외된 컨트리 음악의 경우 비중을 조금씩 더 줘서 종합차트에서 보일 수 있도록 조정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BTS와 같은 해외 가수들도 빌보드에 오르게 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이는 미국의 음악 시장이 미국만을 위한 것이 아닌 세계 공통적 음악시장의 기준이 되게 했습니다. 그래미상의 권위는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데 반해 빌보드의 권위가 강해지는 현상을 보면 더 뚜렷해집니다.


이대로 가면 케이팝은 예전 홍콩 음악처럼 되어버릴 공산이 큽니다.

우리나라 음악 시장의 경우 서유럽 국가들과 같은 완전한 마이너적인 장르들까지도 마니아가 존재하고 이러한 마니아들이 다양한 음악 장르의 발전을 이끌어 갑니다. 우리나라는 2010년대 초중반을 시작으로 겨우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벌써부터 이러한 사재기 양상으로 다양성을 인위적으로 말살하는 시도에 대응하지 않는 차트는 소비자의 선택뿐만 아니라 음악시장의 발전 그 자체를 저해합니다.


우리는 아직 부족한 음악적 다양성을 채워줘서 현재 우리나라의 음악시장을 더 크게 발전시켜야 하는 과도기적 단계입니다. 이 시점에서 이러한 사재기 양상을 그대로 두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잘라버리는 짓입니다.


만약 메이저들이 하지 못하면 우리끼리 차트를 따로 만드는 것도 방법입니다.

오피셜 차트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아예 음악을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로 혹은 방송 출연으로 집계하는 방식에서 사운드 클라우드 같은 취향적인 요소나 다양성을 끌어들일 만한 집계 방식을 포함시켜 차트를 매기자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여기 차트 음악들은 좀 뭔가 있어 보이고 다양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만한 차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발라드 가수들 말고 직접 노래를 소프트웨어 이용해서 직접 만들고, 새로운 소리를 합성해서 만들어 내고, 이전 시대에 소리를 다른 쪽으로 해석하고 이런 뮤지션들은 정말 차고 넘쳤습니다. 그들 중 좀 띄어야 할 만한 사람들이 차트에 올라와야 우리나라 케이팝이 다양성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더 크게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좀 있어 보이는 음악 하려면 무조건 해외 프로듀서 써야 한다는 것도 이제 옛말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힙합 알앤비 프로듀서들이 노력하고 차트가 그 성과를 보여준 결과 코드 쿤스트와 같은 프로듀서들이 이제 해외에서 뜨는 뮤지션을 프로듀싱해주는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이러한 기류를 이어가기 위해 차트의 큰 목표와 방향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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