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여름의 끝자락.
나는 웹소설을 써보기로 결심했다.
왜냐고?
- 뭐든 쓰고 싶은데 글을 쓸 줄 몰랐으니까.
그럼 웹소설은 좀 달랐을까?
- 천만에. 사실 고백하건대 나는 웹소설을 읽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웹소설을?
- 순문학보다 진입장벽이 낮아 보였고, 수익에서도 훨씬 나을 거라 생각했다.
이쯤 되면 '아... 제정신이 아니구나.' 할지도 모르겠다.
웹소설을 우습게 보는 거냐! 내 멱살을 잡으려고 떼 지어 달려오는 소리가 벌써 들리는 것만 같다.
다시 봐도, 충동적이었고 의도는 불순했다.
뭐든 써보고 싶고, 글을 써서 돈도 벌어보고 싶고,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고, 체험단이 난무하는 블로그보다 나아 보이고, 잘만 하면 웹툰이나 드라마도 된다고 하니 취미 겸 부업으로 적당하지 않을까 싶었다.
맞다. 개소리다.
내가 얼마나 멍청했는지 고백을 이어가 보겠다.
웹소설을 써보겠다고는 결심했는데, 웹소설을 읽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난생처음으로 웹소설을 읽어보기로 했다. 가장 익숙한 초록집(네이버 시리즈) 앱을 다운로드하고 메인 화면을 보는 순간, 글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정말이지 요만큼도 들지 않았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제목, 섹슈얼한 분위기의 표지, 그게 아니면 이상한 문장형 제목들이 즐비했다.
장르 카테고리에서 그나마 익숙해 보이는 '로맨스'를 선택했다. 랭킹 상단의 작품부터 무료회차만 읽기 시작했다. 기억을 더듬자면, 그날 나는 앉은자리에서 대략 20여 개의 작품을 1화부터 3화까지만 읽은 것 같다.
그리고 다음 날, 그중 한 작품을 하루 종일 붙잡고 완결까지 읽었다.
웹소설 플랫폼의 삼대장 중 나머지 두 개의 앱도 바로 다운로드했다. 마찬가지로, 상위 랭킹에 있는 작품의 무료 회차를 읽어나갔다.
그렇게 나는 웹소설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말았다.
실용서적만 읽던 내가 처음 웹소설을 접하며 든 생각은 크게 세 가지였다.
1. 술술 읽히네?
2. 문장이 좀 조악한데?
3. 전개가 왜 이래…….
그러면서도 나는 그 조악하고 이상한 글들에 빠져들었다.
지금도 종이책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당시에 나는 ‘책이라면 종이책이지! 이북은 무슨!’이라는 뒷방 늙은이 같은 편견에 강하게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데 웹소설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손에 쥐고 누워서도 읽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문장도 짧고,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글자 수도 적으니 술술 넘어갔다. 매일 밤마다 나는 갓 들어온 신문물에 취해, ‘글이 왜 이래? 전개가 왜 이래?’ 하면서도 손에서 놓질 못했다.
애초에 나도 뭔가 써보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 찬 상태였기 때문에, 남이 써놓은 글을 읽다 보니 나도 쓰고 싶어졌다. 솔직히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사이 웹소설 작가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에 가입도 했고, 무려 10만 원 대의 무접점키보드와 팜레스트도 장만했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쓰기만 하면 될 차례였다.
재밌게 읽히는 장르는 현대판타지였지만, 회차 수가 너무 길었다. 하나의 작품을 완결 짓고 싶었기에 나는 나름 전략적인 선택을 취했다. 플랫폼에 올라온 현대로맨스 작품들을 대충 살펴보니, 80화 정도면 완결을 치고 추가로 외전이라는 것을 출간하는 모양새였다.
게다가 현대판타지에 비해 회차 당 글자수도 적어 보였다. 4천 자씩 80화면 32만 자. 4천 자가 어느 정도의 분량인지도 모른 채, 먼지 쌓인 한글 프로그램을 열었다.
그리고 나는 하얀 바탕 위의 커서가 깜빡이는 것을 며칠 동안 그저 지켜만 봐야 했다.
어릴 적엔 일기 쓰기가 세상에서 제일 싫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엄마가 강제로 보낸 논술학원 덕분에 글 쓰기는 더욱 싫어졌다. 원장님의 빨간펜 첨삭을 받으며 그야말로 자존감은 박살 나버렸다. 그때부터 ‘나는 글을 못 쓰는 사람’이라는 이름표를 스스로 목에 걸고 다녔다.
그나마 내가 쓰는 글이라고는 배달 음식 후기 정도였다. ‘이 집 맛있네요. 잘 먹었습니다.’ 겨우 20자 남짓한 인사말에서 이젠 4천 자를?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대학 시절과 회사에서 리포트나 메일을 쓰긴 했지만, 웹소설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창작이었다. 결이 달랐다. 잘 써진 웹소설을 흉내 내보려고 해도 잘 될 리가 없었다.
1화의 도입부만 썼다 지웠다를 미친 듯이 반복했다. 그때부터, 백스페이스와의 지독한 연애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글의 첫 문장, 첫 단락을 시작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고민했다. 형편없는 필력이 팔 할을 차지하겠지만, 또 뭔가 빠져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살면서 글 쓰기 관련 책을 찾아 읽게 될 줄은 몰랐다. 웹소설 작가들이 쓴 작법서가 따로 있다는 것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도서관에서 닥치는 대로 찾아 읽기 시작했다. 대출 중인 도서는 교보문고에서 새 책으로 구입하는 것을 아끼지 않았다. 알아갈수록 더 궁금했고, 가슴이 뛰었다.
동시에 내가 얼마나 무모했는지도 깨닫게 되었다.
웹소설을 써보겠다고 달려들었지만,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조금 과장해서 주인공 이름뿐이었다. 수영으로 한강을 횡단하겠다면서, 영법도 모른 채 수경 하나 쓰고 물속에 뛰어든 꼴이었다. 다행히도 그대로 꼬르륵 빠져 죽기 직전에 기어 올라왔다.
그래서 나는 당장 쓰고 싶은 마음을 잠시 옆으로 밀어두었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