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에 발을 들인 대가(2)
처음으로 쓴 원고를 출판사 30곳에 보냈다. 이제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틀 뒤, 말로만 듣던 첫 반려 메일을 받았다. 겨우 하나로 꺾일 리 없었다. 소인에게는 아직 29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으니!
나는 기도했다. 단 한 군데만이라도 긍정적인 답이 오기를. 그래야 이 이야기를 끝까지 밀고 나갈 힘이 생길 것 같았다. 법적 계약으로 나를 묶어야만, 겨우 완결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출판사에서 답변이 오기까지는 대략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나는 아주 큰 깨달음을 얻었다. 기도를 저딴 식으로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30개의 출판사 중 정말 딱 한 곳에서, 같이 작업을 하면 좋겠다며 가계약서를 보내왔다.
반려를 준 29개의 출판사 중에서 피드백을 함께 보내온 곳도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하나같이 서로 다른 점을 지적했다. 어떤 곳들은 서로 상반되는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걸 보면서 정답은 없다는 것을 다시금 배웠다.
천만 다행히도 계약서 상 크게 문제 될 것도 없었으며, 무엇보다 웹소설 출간작업이 활발한 곳이었다.
나는 마침내, 첫 계약의 문을 열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세상이 나를 인정해 준 것 같아 가슴이 벅찼다.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 책임감과 두려움이 몰려왔고, 나는 단숨에 가라앉았다.
담당자님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좋으니 완결을 내보자며 격려해 주셨다. 아마 그러고 나서 후회하셨을 거다. 내가 그렇게 오랜 시간을 붙잡고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으니까.
나는 나를 믿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대하소설을 쓸 기세였던 열정을 누군가 훔쳐가기라도 했는지, 불씨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두려웠다. 혼자 쓸 때는 괜찮았지만, 이제는 내가 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독자들 앞에 내놓아야 한다는 사실이 턱 끝으로 몰려와 나는 도망치고 싶었다.
뼛속까지 계획형 인간인지라, 계획이라도 세워야 마음의 부채를 덜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계획을 지키지 못한 일이 있었던가. 매일이 엉망이었다. 오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써야 할 글자 수는 복리처럼 불어났다. 나를 향한 불신 속에서, 썼다 지우기를 수만 번 반복했다.
늘어난 원고는 없었다. 대신 십만 자의 글무덤이 앞에 쌓였다.
대책 마련이 필요했다.
혼자 가면 힘들지만 함께라면!
라면 이름 같은 구호를 외치며, 동료 작가들을 찾기 시작했다. 신입도, 기성 작가도 곡소리가 나긴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심심한 위로가 되었다.
조금 더 밀어붙이기 위해, 이번에는 작업량을 기록하며 서로를 채찍질해주는 소모임에 들어갔다. 그런데 거기서 괴물 같은 작가들을 만나게 되었다. 나는 하루 4천 자를 쥐어짜며 헐떡이는데, 그들은 만 자를 마치 숨 쉬듯 토해냈다. 글의 퀄리티를 떠나, 쏟아낼 수 있는 그들의 능력이 부러웠다.
‘부러우면 따라 하면 된다.’가 나의 행동강령 중 하나이기에, 작업 방식이나 작업 시간을 참고해 따라 하기 시작했다.
트리트먼트를 짜고, 최대한 퇴고를 미루고, 초고를 쭉 뽑아내기.
웹소설은 속도전이라고도 했다.
나도 있는 힘껏 액셀을 밟아댔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들은 20대 초중반이었다.
나는 목과 어깨를 잃었지만, 원고는 쌓여가고 있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목 디스크 주의보가 떨어졌고, 두통까지 이어져 병원을 들락거렸다.
다시 나의 페이스를 찾아야 했다. 이 작품을 끝으로 글과 영영 작별하지 않으려면.
결국 글은 오래 달리기였다.
아직,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