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냥, 써

정글에 발을 들인 대가(1)

by 퇴고의 늪



그냥, 써


웹소설 시장은 불황이라고들 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의 거품은 빠졌고, 지금이 현실이니 받아들여야 한다며 일침을 놓는 사람도 있었다. 이제 시작하는 신인은 빨리 출간을 해서 종수 쌓는 게 답이라는 조언도 들렸다.


한 질의 완결 경험도 없이 끝낼 수는 없었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그래서 매일, 그냥 썼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든, 오늘의 할당량은 오늘의 몫이었다.




마침내, 내 인생 처음으로 웹소설 공모전에 뛰어드는 역사적인 날이 다가왔다. 현대로맨스 장르는 회차 수가 짧다. 그래서 무료연재를 하거나, 공모전에서도 원고를 많이 푸는 것을 지양하는 분위기였다. 작가 선배들이 알려준 팁을 소중하게 품고 뛰어들었다.


예상은 했지만, 쓰나미처럼 쏟아져 나오는 작품들 한가운데에서 얼이 빠져버렸다. 심지어 나는, 내 글을 내가 찾을 수 없었다. 수백 편의 제목들 사이로 내 닉네임을 찾아 헤매는 동안, 눈은 점점 침침해지고 가슴은 조여왔다. 한참을 뒤적이다 겨우 발견했을 때조차, ‘정말 이게 내 글이 맞나.’싶을 만큼 초라하게 보였다.

다들 공모전은 원래 그런 거라며, 이참에 투고용 원고를 만든다 생각하라고 위로해 줬다. 사실 나도 그렇게 마음먹은 지 이미 오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마다 핸드폰 화면을 켜고 내 글의 순위를 확인하는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매일 새벽 두세 번씩 눈을 뜨고 들어가곤 했는데, 그 숫자가 내 하루 기분을 결정해버리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작품이 빼꼼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기가 막힌 반전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수상을 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심해에 가라앉아 형체조차 사라지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참 어중간했다.


더 해봐도 될까?

진짜 쓸모없는 짓은 아닐까?

하루에 수백 번 고민하며, 출판사 투고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첫 도전이었다.

가시적인 성과 없는 물밑 작업만 매일 밤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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