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매일 쓰는 삶

by 퇴고의 늪



매일 ‘써야만’하는 삶이 시작되었다


에세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이후로 나의 하루는 완전히 달라졌다.

아침 8시가 되면 오늘의 글감이 되어줄 단어가 문자 메시지로 도착했다. 마치 그날의 하루를 점쳐보는 포춘쿠키를 열어보는 것 같아 그 시간이 설레었다. 하지만 평소 당연하게 여겼거나, 반대로 생소한 단어가 도착하면 그때부터 숨이 턱 하고 막혀왔다.


하루 종일 단어 하나를 가지고 머릿속에서, 입 안에서 데굴데굴 굴려보지만 좀처럼 떠오르지 않을 때가 사실 더 많았다. 빈 종이에 단어 하나를 쓰고 점만 무수히 찍어보다가, 떠오르는 단어와 생각들을 거침없이 써 내려가보기도 했다. 매일 자정이 마감 시간이었는데, 밤 11시가 넘어서까지 초고를 쓰지 못한 날도 있었다.


30일간의 여정은 생각보다 정말 길었다.

지금 다시 그때를 떠올려보니, 매일 쓰는 삶이라 적고, 매일 ‘써야만’하는 삶이라 읽힌다.




여기저기 흩어져 형태 없이 떠다니는 것을 낚아채서, 나만의 언어로 꺼내고, 다시 정갈하게 다듬는 과정. 문장을 쌓아 올리는 연습. 한 편의 글을 완성하고 퇴고하는 방법까지. 나는 그 한 달의 시간 동안 매일 연습할 수 있었다.


글 쓰는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글쓰기가 어느새 루틴처럼 자리 잡은 것은 분명했다. 생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써 내려가는 것이 당연해진 일상. 그것은 내가 꿈꾸던 것이었다.





조금 헐렁하지만 이것도 루틴인 걸


작은 시간들이 모여 습관이 되고, 익숙함이 쌓이면 나의 자산이 되겠지.




웹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 아침 루틴이 있다. 조금 헐렁하지만 이것도 나는 루틴이라 부른다.


매일 아침, 간단하게 식사를 한다. 배가 부르면 뇌가 게을러지기 때문에 그릭요거트와 견과류, 커피 한 잔으로 요기를 한다.


곧바로 책상에 앉아 일필휘지로 써 내려가고 싶은 꿈을 꾼다. 일단은 앉아 보지만 대부분은 머리가 멍한 상태이다. 그래서 다른 글을 읽어보거나, 때로는 만년필을 들고 필사를 한다. 이때 너무 진을 빼지 않는 게 중요하다. 말 그대로 워밍업이니까. 또 하나 주의할 점은 같은 장르 글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다. 비교적 문장이 짧은 호흡으로 가는 웹소설인만큼, 나도 모르게 내 글에 다른 작품이 묻어날까 봐 대단히 경계한다. 그래서 보통은 시 몇 편을 읽어보기도 한다.


나도 잘 쓰고 싶다는 열망으로 예열을 시킨 후, 작업 창을 연다. 전날 만들어둔 트리트먼트를 다시 읽으면서, 오늘 써야 할 회차에 담길 장면을 다시 구체화하고, 빠르게 복기한다.



드디어 원고 집필을 시작한다.

단숨에 5천 자를 써 내려가는 일은 극히 드물다. 나의 경우는 그렇다. 그래서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온갖 방법을 시도해 본다.

지금부터 딱 500자만 쓰고 일어난다! 결심하고 시작할 때도 있다. 시동만 걸리면 이제 앉은자리에서 2천5백 자 정도는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두 번을 하면 한 회차가 완성된다.

또 어떤 날에는 타임어택을 시작한다. 타임 타이머를 돌려두고, 그 안에 무조건 한 회차를 뽑아내는 것이다. 한 회차를 끝내지 못한다면 나는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정말 적군에게 쫓기듯 와다다 쏟아낸다. 보통은 마감이 닥쳐올 때 쓰는 방법이다.

공을 들여야 하는 장면에서는 한 문단을 쓰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잠깐 설거지를 한 후에 다시 돌아와서 한 문단을 쓰기도 한다. 이런 날은 하루 종일 앉았다, 일어섰다, 집 안을 돌아다녔다가, 운동도 나갔다가, 산책도 했다가, 커피를 사러 나갔다가, 그렇게 서성거리며 겨우 한 회차를 마무리 짓는다.




아직 나의 글쓰기 근육은 막 붙기 시작한 작은 근육에 불과하다. 하루만 게을러도 금세 풀어지고, 며칠 쉬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렇기에 웹소설을 쓰지 않는 날에도 나는 온갖 잡문을 모아 어떻게든 4천 자를 채운다.


(그러니까 오늘은… 2천 자만 더 쓰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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