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만큼 내가 된다

작가의 꿈

by 퇴고의 늪


나는 갓 태어난 브런치스토리 초보 작가이다. 연재를 시작한 지 열흘, 벌써 세 편의 글을 올렸고 내일이면 네 번째 글이 발행된다.

내 브런치북의 제목은 <시급 500원짜리 웹소설 작가>. 웹소설 작가의 성공담이 아니다. 무모하게 시작한 글쓰기가 어떻게 나의 일상과 사고, 삶의 태도까지 흔들고 바꾸었는지를 솔직하게 담은 자기 고백형 에세이다.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선정되고, 나는 다시 2년 전으로 돌아갔다. 글 쓰는 삶이 내 인생에 들어온, 결코 예상하지 못했던 그 순간으로.


처음 글을 쓸 때 가장 두려웠던 건, 내 나약함이 드러나는 것이었다. 글은 결국 내 밑천을 가리고 있는 모든 포장을 벗겨낸다. 다른 사람 앞에서 하는 말은 흘려보낼 수 있지만, 글로 남긴 말은 기록이 되어 나를 따라온다. 그래서 쓰는 일은 때로는 고백이 되고, 때로는 자백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바로 그 점에서 나는 글쓰기에 매혹되었다. 나를 감추는 대신, 드러낼 수밖에 없는 자리. 그것이 두렵지만 동시에 나를 살아 있게 만들었다.


소설은 상상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운다. 하지만 에세이는 내가 주인공이 된다. 처음에는 특별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지루한 일상과 반복되는 하루를 누가 읽겠는가 싶었다. 하지만 막상 써보니, 그 평범함 속에도 나만 지닌 특별함이 숨어 있었다.


글을 쓰는 사람이 된 이후로 내 삶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버릇이 생겼다는 것이다. 온몸의 감각을 세우고 감응해 보려고 애쓴다. 창가에 부딪히는 빗소리, 엘리베이터 안의 어색한 침묵, 카페 유리창 너머로 한참을 망설이는 누군가의 뒷모습까지.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풍경들이 글을 쓸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일상의 촉수가 훨씬 더 예민해졌다. 작가는 결국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체감한다.


그 변화는 곧 사람에게로 이어졌다. 나는 한때 스스로를 타인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사람이라 여겼다. 그런데 글을 써나가다 보니, 그건 오해에 가까웠다. 나는 생각보다 사람 관찰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 예전보다 오래 귀를 기울이고, 말끝에서 묻어 나오는 미묘한 감정을 눈여겨보게 된다. 대화 도중 눈동자가 잠깐 흔들리는 순간 같은 사소한 장면들이 글로 이어질 때마다 묘한 기쁨이 찾아온다. 관점이 달라지니, 나의 태도도 달라졌다.


결국 글쓰기는 내 안을 향해 열어둔 창이자, 동시에 타인을 향해 열린 창이 되었다. 나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동시에,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길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 한때 스쳐 지나가던 빛과 감각이 이제는 오래 머문다. 그게 글이 내게 준 힘이다.


나는 종종 ‘언제쯤 글쓰기가 완성될까?’를 묻곤 했다. 하지만 글쓰기는 도착하는 일이 아니었다. 작품을 완결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고, 계약을 했다고 해서 안도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때부터 또 다른 불안과 책임이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쓸 수밖에 없었다. 도망치기엔 이미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버렸으니까. 결국 불안과 책임까지 떠안고 쓰는 것, 그것도 작가의 업보이자 꿈이라는 사실을 천천히 깨달았다.


이제 나에게 ‘작가의 꿈’은 책 한 권을 내는 일이 아니다. 작가의 꿈은 ‘쓰는 만큼 내가 되어가는 일’이다. 그 끝에는 완성도나 성취도가 아닌, 단순히 ‘계속 쓰는 나’만이 남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급하지 않으려 한다. 어차피 평생 쓸 테니까.

그리고 믿는다. 오늘의 글무덤이 내일의 계단이 될 것임을.

쓰는 만큼 내 삶은 조금씩 달라지고, 기록하는 만큼 내 인생은 특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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