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을 하면 끝인 줄 알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외전 작업을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여성향 웹소설에서 외전은 암묵적으로 동의된 것처럼 보였다. 외전 출간에 프로모션이 붙으면 또 한 번 독자들에게 내 작품이 노출되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유료 연재 작품은 단행본 출간 작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단행본 호흡으로 또 한 번의 수정 작업 역시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나는 이미 떠나보낸 캐릭터들을 다시 불러 모아야 했다. 한동안 글에서 손을 뗐더니 글 근육도 빠져버린 것 같았다. 한글 창을 켜고 앉아 있는데 마치… 처음 글을 쓰던 순간으로 되돌아간 듯했다.
무엇보다, 정말 쓰기 싫었다. 아주 지긋지긋했다. 완결 이후의 이야기를 또 만들어 내야 한다니. 완결이 완결이 아니면 이게 무슨 완결이냐며, 혼자서 씩씩 거린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별 수 있나.
나는 또다시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옷이라고 만들어 내놨는데, 다시 보니 구멍이 숭숭 뚫린 커다란 천 조각에 불과했다. 내 글이 그러했다. 나의 이상과 현실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보인다고 해결할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재능이 없음도, 미래에 대한 불안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쓰는 것뿐이라는 이명랑 작가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무조건 쓰세요. 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답니다.”
대작가들은 일희일비할 시간에 원고 집필에 힘을 쏟겠지만, 지망생 나부랭이는 불안감에 가슴이 쿵덕거려서 좀처럼 집필 속도를 못 내기가 부지기수였다. 어떤 날은 글이 안 풀려서, 어떤 날은 피곤해서, 글을 쓰지 못할 이유는 백 가지도 더 댈 수 있었다.
처음 겪어보는 웹소설 출간 과정에서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 글을 잘 쓰는 실력 못지않게, 멘탈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작가는 글과 1:1로 싸워야 하는 존재들이었다. 담당자로부터, 작가 선배로부터 아무리 값진 조언을 들었어도, 나를 대신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창작이라는 건 지독하게 외로운 영역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려면, 우선은 몸이 건강해야 한다. 작가는 엉덩이 힘으로 쓰는 거다, 운동 안 하면 글 오래 못 쓴다, 잠은 밤에 자고 아침엔 눈을 떠라. 뻔한 조언들이 새삼 와닿기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성을 유지는 것이 중요했다. 나를 위해 잘 챙겨 먹고, 매일 운동을 하고, 양질의 수면을 취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그 속에 나를 밀어 넣었다.
외전 출간까지 마친 후에야, 나는 슬그머니 댓글창을 들여다보았다. 절반쯤 흐린 눈으로 슬쩍 훑으려 했지만 점차 눈꺼풀이 올라갔다.
악플보다 더한 상처는 무플이라고 했건만. 천만다행히 독자들이 남긴 흔적이 있었다. 대놓고 주인공을 욕하는 댓글이 대부분이었고, 그들의 영원한 사랑을 응원하는 글도 보였다. 처음 보는 작가인데 문장이 깔끔해서 읽기 좋았다는 칭찬도 있었다. 정말 솔직히는, 따수운 칭찬보다도 주인공을 욕하는 댓글이 더 짜릿했다.
조회수는 폭망 했지만, 댓글은 내 캐릭터를 살려주었다.
아, 이 맛인가.
첫 번째 보상은 욕먹는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