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받은 마지막 메일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런칭 일자는 조정하겠습니다. 시간이 걸려도 괜찮습니다. 충분히 고민하시고 수정하여 보내주세요.’
아마 담당자님도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예상 못 하셨을 것이다.
나는 무려 세 달이 지나서야 리뷰 파일을 다시 마주할 수 있었다.
언제까지 도망치기만 할 수는 없었다. 가슴 한편에 묵직한 짐을 치워버리고 싶었다. 게다가 글을 쓴 나를 제외하면, 첫 번째 독자는 담당자님이었다. 그 첫 독자가 정성을 들여 써주신 리뷰이기에 어차피 넘어야 할 과정이었다. 이참에 제대로 익히고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리뷰에 적어주신 사항들을 나의 언어로 다시 정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동의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나누어 보았다. 물론, 수긍하는 부분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한두 가지는 내 의도를 살려 그대로 두기로 했다. 어쨌거나 이 글은 나의 글이기도 하고, 독자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이후 작업에 참고하기 위해 꼼꼼히 갈무리해 두었다.
나의 첫 웹소설은 참 오래도 걸렸다.
6개월 동안 몸을 비틀며 원고를 썼고, 리뷰를 받자마자 3개월은 도망쳤으며, 다시 2개월 간 눈물의 수정을 거쳤다.
그리고 드디어, 1년 만에 짠내로 버무려진 나의 글이 세상 밖으로 걸어 나갔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나의 목표는 오로지 완결이었다. 내가 만든 세계관에서 내가 세운 캐릭터들을 움직이는 것 자체만으로 가슴이 벅차고 흥분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회차가 쌓여갈수록 완결까지 가는 길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지, 막막함에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마지막 회차에 ‘완결’ 두 글자를 쓰는 나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나 작품이 완성되어 갈수록 점점 욕심이 한 스푼씩 추가되었다. 웹소설은 플랫폼 내에서 자리싸움이 치열하다. 어쩌면 그게 전부라고 할 만큼, 어떤 프로모션을 받느냐에 따라 내 작품의 흥행 여부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 작품이 좋으면 모든 상황을 뚫고 나가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나의 첫 작품의 자리를 정하기 위해, 프로모션 심사 원고를 넣고 기다리는 동안에는 글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새가슴의 작가 지망생은 이러다 프로모션 하나 받지 못하고 출간해야 하는 건 아닐까, 이런 걱정에 밤마다 뒤척이던 때도 있었다.
이왕 할 거 보기 좋은 떡이 좋으니 표지도 제발 잘 나왔으면, 출간을 하고 나서는 같은 날 함께 출간된 작품들 중에서 성적이 가장 좋길, 조회수가 잘 나오길 간절히 빌었다.
바람과 욕심은 실력에 비해 나날이 커져만 갔다.
웹소설은 출간 후 일주일이면, 그 성패가 어느 정도 드러난다. 물론 추가 프로모션이 뒷심을 발휘할 때도 있지만, 출발이 미미하면 한계가 있다.
완결이 목표였던 지망생 나부랭이는 출간 후 하루에도 열두 번씩 내 작품이 걸린 플랫폼에 들어갔다. 어떤 작가들은 출간 직후에 앱을 삭제해 버린다고 하던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첫 술에 배부르면 망한다. 길게 보자.’ 수없이 되뇌면서도 내 몹쓸 기억력은 조금 전 조회수를 또렷하게 떠올리고 있었고, 얼마나 늘었는지 암산이 척척 되기까지 했다.
나의 글이 얼마 짜리가 될 것인가에만 온통 신경이 쓰였다.
일주일 후.
어김없이 조회수는 멈춰 있는 것처럼 보였다.
허탈했다. 이렇게 끝이 나는구나 싶은 마음에 속이 상했다.
이제 이 글을 보게 될 독자가 없다는 생각이 드니, 하루 종일 무기력하고 울적한 마음에 축 늘어져 있었다. 조회수가 곧 내 가치를 말해주는 듯했다.
아무도 찾지 않을 캐릭터들에게 나 혼자 작별인사를 고했다.
“잘 살아라. 이것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