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끝났지만 끝나지 않았다

by 퇴고의 늪



금단의 파일을 열다


출판사로부터 받은 마지막 메일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런칭 일자는 조정하겠습니다. 시간이 걸려도 괜찮습니다. 충분히 고민하시고 수정하여 보내주세요.’


아마 담당자님도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예상 못 하셨을 것이다.

나는 무려 세 달이 지나서야 리뷰 파일을 다시 마주할 수 있었다.

언제까지 도망치기만 할 수는 없었다. 가슴 한편에 묵직한 짐을 치워버리고 싶었다. 게다가 글을 쓴 나를 제외하면, 첫 번째 독자는 담당자님이었다. 그 첫 독자가 정성을 들여 써주신 리뷰이기에 어차피 넘어야 할 과정이었다. 이참에 제대로 익히고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리뷰에 적어주신 사항들을 나의 언어로 다시 정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동의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나누어 보았다. 물론, 수긍하는 부분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한두 가지는 내 의도를 살려 그대로 두기로 했다. 어쨌거나 이 글은 나의 글이기도 하고, 독자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이후 작업에 참고하기 위해 꼼꼼히 갈무리해 두었다.




나의 첫 웹소설은 참 오래도 걸렸다.

6개월 동안 몸을 비틀며 원고를 썼고, 리뷰를 받자마자 3개월은 도망쳤으며, 다시 2개월 간 눈물의 수정을 거쳤다.


그리고 드디어, 1년 만에 짠내로 버무려진 나의 글이 세상 밖으로 걸어 나갔다.





잘 살아라, 이것들아


글을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나의 목표는 오로지 완결이었다. 내가 만든 세계관에서 내가 세운 캐릭터들을 움직이는 것 자체만으로 가슴이 벅차고 흥분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회차가 쌓여갈수록 완결까지 가는 길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지, 막막함에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마지막 회차에 ‘완결’ 두 글자를 쓰는 나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나 작품이 완성되어 갈수록 점점 욕심이 한 스푼씩 추가되었다. 웹소설은 플랫폼 내에서 자리싸움이 치열하다. 어쩌면 그게 전부라고 할 만큼, 어떤 프로모션을 받느냐에 따라 내 작품의 흥행 여부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 작품이 좋으면 모든 상황을 뚫고 나가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나의 첫 작품의 자리를 정하기 위해, 프로모션 심사 원고를 넣고 기다리는 동안에는 글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새가슴의 작가 지망생은 이러다 프로모션 하나 받지 못하고 출간해야 하는 건 아닐까, 이런 걱정에 밤마다 뒤척이던 때도 있었다.

이왕 할 거 보기 좋은 떡이 좋으니 표지도 제발 잘 나왔으면, 출간을 하고 나서는 같은 날 함께 출간된 작품들 중에서 성적이 가장 좋길, 조회수가 잘 나오길 간절히 빌었다.

바람과 욕심은 실력에 비해 나날이 커져만 갔다.




웹소설은 출간 후 일주일이면, 그 성패가 어느 정도 드러난다. 물론 추가 프로모션이 뒷심을 발휘할 때도 있지만, 출발이 미미하면 한계가 있다.


완결이 목표였던 지망생 나부랭이는 출간 후 하루에도 열두 번씩 내 작품이 걸린 플랫폼에 들어갔다. 어떤 작가들은 출간 직후에 앱을 삭제해 버린다고 하던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첫 술에 배부르면 망한다. 길게 보자.’ 수없이 되뇌면서도 내 몹쓸 기억력은 조금 전 조회수를 또렷하게 떠올리고 있었고, 얼마나 늘었는지 암산이 척척 되기까지 했다.

나의 글이 얼마 짜리가 될 것인가에만 온통 신경이 쓰였다.




일주일 후.

어김없이 조회수는 멈춰 있는 것처럼 보였다.

허탈했다. 이렇게 끝이 나는구나 싶은 마음에 속이 상했다.


이제 이 글을 보게 될 독자가 없다는 생각이 드니, 하루 종일 무기력하고 울적한 마음에 축 늘어져 있었다. 조회수가 곧 내 가치를 말해주는 듯했다.


아무도 찾지 않을 캐릭터들에게 나 혼자 작별인사를 고했다.


“잘 살아라. 이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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