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 수요일의 한쪽편지
올해도 그 날이 다가오고야 말았군요.
12월의 정점, 크리스마스가 말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스러운 날이고, 누군가에게는 연인과
설레는 데이트를 즐기는 날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그저 하루 푹 쉴 수 있는
'빨간 날'일 뿐입니다.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일지 궁금하네요.
사실 한국 사회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바라보는
복합적 시선이 존재합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특정 종교의
독선적인 행태나 배타적 태도에
피로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아졌거든요.
죄를 저질러놓고도 하나님이 용서해주셨기 때문에
자신은 당당하다는 사람이나,
기독교의 교리인 사랑은 모르겠고 그냥
인맥이나 쌓으려고 교회에 다니는 사람도 많습니다.
특히 한국인들에게는 교회가 정치권과 얽혀 있어
더 큰 피로감을 주기도 합니다.
최근 정치권을 흔들고 있는 모 종교의 총재는
자신이 예수가 완성하지 못한 과업을 물려받은
완성된 메시아라고 주장한다죠.
일부 종교의 이러한 행태 때문인지,
어떤 사람들은 특정 종교 지도자의 생일을
전세계가 기리는 풍경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네,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
예수라는 사상가가 목숨을 걸고 전파한
'평등'과 '사랑'이라는 철학이
온갖 상업적 술수에 묻혀버린 것도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요.
(참고로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그래도 조금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굳이 비판하면서 의미를 깎아내리기보다는
나라도 본질을 잊지 않으면 되는 거죠 뭐.
종교인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평소 무심했던 이웃에게 안부를 묻고,
소외된 이들을 한 번 더 돌아보고,
미웠던 사람조차 '크리스마스니까'라는 핑계로
용서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정신은
벽이 높은 교회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지요.
종교가 있든 없든 서로를 아끼고 보듬는
'사랑의 마음'에 있습니다.
독선보다는 포용을,
비난보다는 이해를,
소외보다는 연결을.
종교라는 외피를 벗겨내면
'사랑'이라는 단순하고도 강력한 진리가 남습니다.
그 정신이 당신의 마음속에도, 그리고
우리 사회의 차가운 구석구석에도 닿기를 바랍니다.
즐거운 성탄절 되세요!
...
어쨌든 성탄절이라 설레는
임효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