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가 특별해야만 글도 특별해질까

나는 쓸거리가 없다는 사람들에게 ①

by 임효진

글쓰기에 관심은 있지만 시작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자주 돌아오는 답변은 이것입니다.

“저는 딱히 쓸거리가 없어요.”


이 말을 들으면 두 가지 의미에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첫째로는 자신의 콘텐츠를 과소평가한다는 점에서, 둘째로는 이분이 잘못 알고 계시단 점에서 그렇지요. 쓸거리가 없다니요?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아직 찾아내지 못했을 뿐이지요.


많은 분이 좋아하시는 고(故) 박완서 선생님은, 비록 책을 좋아하시긴 했지만 인생의 대부분을 그냥 평범한 가정주부로 사셨습니다. 그러다가 나이 마흔에 발표한 소설 『나목』으로 작가 데뷔를 하셨고요. 지금이야 마흔 살이 뭐 많은 나이냐 싶지만, 박완서 선생님이 1931년생이시고 『나목』이 발표된 게 1970년인 걸 생각하면 체감상 지금의 50~60대와 맞먹는다고 볼 수 있겠네요.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은 대단하지만, 소재만 놓고 보면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주변에서 접했던 사람들을 모델 삼아 소설의 등장인물을 만들었고, 일상에서 흔히 접했던 소재를 소설에 등장시킵니다. 모 감독의 수상소감을 빌려보자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거거든요. 박완서 선생님은 그걸 아주 잘 보여주신 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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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선생님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별것 아닌 듯한 콘텐츠로 인기를 끄는 사람들은 지금도 많거든요. 글쓰기 강의에서 여러 번 예로 들었던 웹툰작가 ‘개호주’ 님의 블로그는 이름부터 ‘밥블로그’입니다. 이름 그대로 삼시세끼 먹은 밥 사진을 매번 올리는 블로그였는데, 흔히 생각하는 먹음직스런 음식 사진이 아니라 그냥 대충 찍어 올리는 식이었지요. 어제 먹다 남아서 다시 먹는 김치찌개, 7천 원 정도 할 것 같은 평범한 백반, 저녁에는 피자에 맥주. 이렇게 그냥 찍어 올립니다. 설명도 별다를 게 없습니다. “김치찌개 먹었습니다”, “백반 먹었습니다” 이렇게 간단히 한두 줄이 전부였지요.


이 블로그가 왜 특별했을까요? 아무것도 아닌 밥 사진을 무려 5년 넘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올렸기 때문입니다. 카테고리를 ‘2014, 2015, 2016’ 이렇게 연도별로 나눠놓았는데, 해당 카테고리의 글 개수가 모두 365개로 동일하게 표시된 걸 보면 존경심까지 들기도 합니다. 2016년 같은 경우는 윤년이라 366개가 올라가 있고요. 다만 현재는 비공개 상태라고 하네요.


처음엔 별 거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하나 둘 신기해하며 블로그를 방문하기 시작합니다. 재미있는 건 이분이 식품회사 인턴으로 취업을 한 적이 있다는 건데요. 그 과정에서 이 블로그가 꽤 도움이 되었다고 언론에서 인터뷰를 하셨더라고요. 특별할 것 없이 날마다 먹은 밥 사진을 올린 것뿐인데 그것이 훌륭한 콘텐츠가 된 겁니다.


저희 출판사의 저자 중에도 일상 속 콘텐츠를 멋진 책으로 만들어낸 분이 계십니다. 『딱 1년만 옷 안 사고 살아보기』의 저자 임다혜(풍백) 작가님인데요. 필요 없는 옷을 너무 많이 샀던 자신을 반성하며 1년 동안 옷을 안 사고 살아보자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 과정을 블로그에 기록했는데, 처음에 작가님이 이 아이템을 책으로 내고 싶다고 했을 때 솔직히 저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1년 동안 옷 안 사기? 그냥 안 사면 되는 거 아냐? 뭘 책까지 써?”


제가 워낙 옷이나 패션에 관심이 없기도 했고 나이가 같은 친구 사이라서 편하게 말했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때는 너무 소소한 주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했던 말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원고를 받아보고 나서는 저의 얕은 생각을 깊이 반성했습니다. 새 옷에 대한 욕망을 꾹 참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이야기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글이 나왔거든요.


게다가 단순히 쇼핑을 참는 이야기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 겪었던 고민과 성찰 덕분에 멋진 책이 쓰여졌지요. 나는 왜 그렇게 옷을 사재꼈나. 무슨 결핍이 있었던 걸까. 수많은 옷 중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겨야 할까. 그 기준은 나의 취향일까, 남의 시선일까. 이런 고민을 아주 재치 있게 풀어낸 책입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임다혜 작가님의 팬이 되셨다고 전해오셨습니다.


요컨대 소재가 특별해야만 글이 특별해지는 건 아닙니다. 일상적이고 소소한 소재에도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멋진 글로 탄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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