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돈을 내고 책을 만드는 시대

[자비출판에 대하여 ①] 책쓰기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현실적 시스템

by 임효진

요즘은 출판 쪽 일을 하지 않는 분들도 '자비출판'이라는 말을 많이 아시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책 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뜻이지요. 자비출판은 자비로 책을 내는 방법, 즉 출판의 비용을 저자가 부담해서 출판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재미있게도, 요즘에는 오히려 자비출판이 일반적이고, 그 반대의 방식(저자가 돈을 내지 않는 방식. 편의상 기획출판이라고 하겠습니다)은 오히려 일반적이지 않은 것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처음 출판사에 입사했던 2000년대만 해도 자비출판은 조금 천대받는 분위기였지요. 출판계 특유의 선비의식이 아직 강하게 남아있을 때라서 돈을 받고 책을 만들어주는 것에 거부감이 컸습니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자비출판 아이템 중 상당수는 이미 출판사들이 거절한 책인 경우가 많거든요. 저자의 인지도가 낮거나, 콘텐츠가 함량미달이거나, 소재 자체가 안 팔릴 만한 것이거나, 트렌드에 맞지 않거나, 이런 책 냈다가는 큰일나는 시대라서 등등의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은 시대가 완전히 달라졌지요. 오히려 자비출판이 더 많고, 기획출판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느낌입니다. 출판시장이 쪼그라들다 보니 아무리 좋은 아이템과 유명한 저자로 책을 만들어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보장이 없고, 종잇값과 인건비는 계속 올라갑니다. 그러니 출판사들도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요. 돈을 내고서라도 책을 내겠다는 저자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일단 제작비라도 건질 수 있으니 리스크 부담을 줄인 상태에서 출간을 할 수 있으니까요.


저자 입장에서도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솔직히 출간이 가능할지를 출판사가 판단할 때 가장 크게 작용하는 요소는 저자의 인지도인데, 책을 처음 내는 신인작가에게 인지도가 웬말입니까. 그런 분들은 이 출판사 저 출판사 굽신거릴 필요 없이 그냥 돈으로(?) 해결하실 수 있습니다. 누가 아나요? 그렇게 만든 책이 트리거가 되어서 점점 좋은 기회를 만나게 될지 말입니다.


오래 전부터 누누이 말해왔지만, 자비출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좀 개선됐으면 합니다. 물론 저는 출판사를 운영할 때부터 자비출판을 잘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건 저희 시스템이 그랬던 것이었을 뿐 자비출판도 엄연한 출판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이란 점에서 다양성을 넓힌다고 생각합니다.


내용은 훌륭하지만 그놈의 저자 인지도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하는 책들도 분명 있고, 그런 책을 출간하는 가장 현실적 방법이 자비출판일 수 있다. 그러니 자비출판을 하시더라도 당당하시길. 누구나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는 시대. 우리가 출판사가 없지, 가오가 없습니까.


다만 어디에나 못된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므로, 이른바 '눈탱이'는 맞지 말자는 측면에서 자비출판을 할 때 고려할 점을 몇 가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일부 양아치 출판사들의 술수로부터 나와 내 소중한 책을 지키는 방법이 되셨으면 합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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