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출판에 대하여③] 출판사와 협의할 때 따져볼 것들
지난 글에서 자비출판 비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여러 출판사와 회의를 해보고 비교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말은 쉽지만 여러 출판사와 회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왠지 어렵게 느껴지실 겁니다. 내가 잘 모른다고 출판사한테 뒤통수를 맞으면 어떡하나 걱정도 되실 거고요. 그래서 오늘은 출판사와 자비출판을 논의할 때 어떤 부분에 집중하면 되는지 중요한 것만 몇 개 추려보겠습니다.
자비출판을 하면서 많은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대부분은 책을 정말 '만들어만' 드리는 경우가 많지요. 컨셉이나 목차에 대해 피드백을 해주는 곳도 있지만, 그런 것 없이 저자가 해달라는대로 고스란히 만들어주는 곳도 꽤 있습니다. 심지어는 교정교열도 저자가 직접 봐야 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러니까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에 미리 확실히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출판사가 해줄 수 있는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말입니다.
교정교열은 단순 오탈자만 잡아주는지, 아니면 비문도 고쳐주는지
목차 및 컨셉에 대해 편집자가 피드백을 주는지
표지디자인의 시안을 몇 개까지 만들어주는지
본문 인쇄는 흑백인지 컬러(4도)인지
제본은 무선인지, 양장인지, 아니면 그밖의 다른 제본 방법이 있는지
본문 종이는 어떤 것을 사용하는지 (참고로, 본문에 가장 많이 쓰이는 종이는 미색모조이며, 두께는 80~100g 정도가 보통입니다)
책 표지에 후가공(금박, 에폭시 등)을 넣어주는지
물론 세세적으로 짚어보자면 한도끝도 없지만 일단 위에 언급한 정도는 한 번씩 물어보기라도 하시기 바랍니다. 책의 모양새에 비교적 크게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니까요.
책을 '만들어만 준다'는 말에는 마케팅은 안 해준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에 따라서 배본(서점에 깔아주는 것)까지는 해주기도 하지만 그것마저도 안 해주는 곳도 있습니다. 혹은 해주긴 하는데 추가비용을 받는 곳도 있지요. 그러니 계약 전에 이 점을 분명히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책을 만들어만 놓고 팔아주지 않으면 그게 무슨 출판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닙니다. 마케팅에는 돈이 들어가니까요. 요즘에는 서점 매대에 책을 올려놓는 데에도 돈이 들어갑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책이 많이 팔린다면 출판사들은 하지 말라고 해도 기꺼이 돈을 쓸 겁니다. 하지만 솔직히, 자비출판에 그 정도의 돈을 쓰겠다는 출판사는 없지요. 냉정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책을 만드는 것 외에 마케팅에도 돈을 쓰게 하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 비용까지 당신이 지불하는 것이지요. 책이 나왔는데 출판사가 아무런 신경도 안 써주면 그만큼 서운한 게 없습니다. 나중에 마음의 상처를 입으시지 말고, 처음부터 확실하게 이야기하는 게 좋습니다.
배본은 어느 서점에 몇 부 정도 하는지
배본 비용이 따로 추가되는지
출간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해주는지
블로그나 SNS에 출간 내용을 올려주기도 하는지
출간기념회를 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요즘은 자비출판을 해도 저자에게 인세를 주는 곳이 있습니다. 인세율 산정 방식은 역시나 천차만별. 어떤 곳은 처음부터 적게나마 주기도 하고, 어떤 곳은 판매량이 일정 부수를 넘어가면 그때부터 주기도 합니다. 물론 아예 안 주는 곳도 있습니다. 돈이 걸린 문제는 액수와 상관없이 반드시 맘이 상할 수 있으니 가장 꼼꼼하게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인세율은 정가 기준 몇 %인지
러닝개런티가 있는지
판매량 몇 부부터 인세를 주는지
지급 기준은 인쇄부수인지 순판매량인지
공제되는 항목은 어떤 것이 있는지
지급하는 시기는 언제인지
저자가 원할 경우 판매량을 바로 알려주는지
의외로 문제가 많이 되는 것이 계약기간과 계약종료(해지) 방식입니다. 저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이 출판사가 마음에 안 들어서 다른 출판사로 옮기거나 개정판을 새로 쓰고 싶을 때가 생길 수 있는데요. 그럴 때 의외로 계약종료 방법이 정확하지 않아서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생깁니다.
계약기간은 언제까지이며, 기준일은 무엇인지
계약기간 전에 해지하고 싶을 때의 방법은 무엇인지
계약 종료 후 남은 책은 어떻게 처분하는지
계약 종료 후 미정산된 인세 금액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따져야 할 것이 은근 많지요? 아무래도 계약이니까요. 하지만 모든 계약이 그렇듯이, 문제 생길 때 껄끄러워지기보다는 처음부터 꼼꼼히 따져보는 게 훨씬 낫습니다. 그러니 계약 전에 최대한 디테일하게 따져보시고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또 한 가지 당부드릴 것은 자비출판을 한다고 해서 출판사를 마구 부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책은 저자 혼자 만드는 것도, 출판사 혼자 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저자와 출판사가 제대로 합이 맞았을 때 좋은 책이 나올 수 있고 이는 자비출판도 예외가 아닙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내는 사람이 갑이니까, 최종 결정권은 저자에게 있는 게 당연하지요. 하지만 적어도 출판 경험은 당신보다 출판사가 더 많습니다. 최종 결정을 내릴 때 혼자서만 하지 마시고 되도록 출판사에게 많이 물어보시고, 의견도 한 번씩 들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알려줄 수 있으니까요.
모든 일의 기본은 협업입니다. '내 돈 받고 책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우습게 보지 마시고 '내 첫 번째 책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당신의 책을 더 잘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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