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독자의 중요성①]
드라마 <미생>을 보셨나요? 바둑밖에 모르고 살았던 청년 장그래가 무역상사에 입사하며 겪는 사회생활 도전기입니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인데, 웹툰도 푹 빠져서 봤지만 드라마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직장인의 하루하루를 주옥같은 장면과 대사로 그려내서 많은 사랑을 받았지요.
작가이자 마케터로서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습니다. 신입사원 장그래와 장백기가 양말과 속옷을 팔아오라는 미션을 수행하는 장면입니다. 장사를 해 본 적 없는 이들은 무턱대고 지하철 승객들에게 사달라고 졸라보기도 하고, 아는 선배를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하나도 팔지 못한 채 터덜터덜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물건을 모두 파는 데에 성공하는데요, 바로 회사 근처 사우나 앞에서 파는 것입니다. 대상은 밤새워 일하다가 잠깐 피로를 풀러 온 상사맨 선배들. 용기를 짜내기 위해 각자 깡소주를 한 병씩 들이킨 후 살짝 혀가 꼬부라진 발음으로 “선배님들, 안녕하십니까!”를 외치며 어처구니없는 호객행위를 합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그랬는지, 아니면 옛날 생각이 나서 그랬는지 상사맨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어 호구가 되어줍니다.
그렇게 다 팔았다며 신이 나서 돌아온 장그래를 보고 상사인 오 차장은 “뭘 배웠느냐”고 묻습니다. 장그래는 여전히 술이 덜 깬 발음으로 이렇게 답합니다.
그러니까, 장사란
누구한테 뭘 팔아야 하는지를….
마케팅을 조금이라도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이 장면에서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지요. 누구에게 뭘 파느냐. 이것이야말로 장사의 기본 중 기본인데, 신입사원이 그걸 제대로 깨달은 것 같으니 말입니다. 저 역시 글쓰기 강의를 할 때 이 장면을 자주 보여드립니다. 조금 이상하신가요? 글쓰기 강의에서 왜 물건 파는 이야기를 하는지 말입니다. 그 이유는 글을 쓴다는 것이 물건을 파는 것과 무척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파느냐. 이것은 판다는 행위를 이루는 기본 요소입니다. 그런데 글쓰기 역시 비슷합니다.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기본입니다. 이러한 단계를 거쳐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비슷합니다. 장사는 그 물건을 소비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도록 만들고, 글쓰기는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에 공감하도록 만듭니다. 제가 거듭해서 ‘팔리는 글쓰기’를 강조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지요.
그렇다면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누구에게’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미생>의 에피소드에서, 똑같은 양말과 속옷을 지하철의 수많은 승객들은 외면했지만 사우나를 찾는 상사맨 선배들은 호응했던 걸 떠올려봅시다. 이걸 글쓰기로 치환하면 양말과 속옷은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 즉 ‘무엇을’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사줬으면 하는 사람은 그 메시지를 읽어주는 독자인 ‘누구에게’에 해당합니다. 팔고자 하는 메시지는 변하지 않지만, 사줄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전략도 달라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카페를 소개하는 글을 쓴다고 합시다. 이 글을 읽어줄 사람, 즉 타깃독자가 누구냐에 따라 글의 초점이 달라집니다. 만약 동네 주민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소규모 카페라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강조해야 할 겁니다.
커피의 맛
가격(가성비)
좌석과 공간(공부하기 좋은지 등)
영업시간
반면 교외에 위치한 대형 베이커리 카페라면 조금 달라집니다. 날마다 방문하는 사람들보다는 호기심에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들에게 읽혀야 할 테니까요. 아마 다음과 같은 내용이 더욱 흥미를 끌겠지요.
커피의 맛
특색있는 메뉴
인테리어와 분위기
사진 찍기 좋은 곳
위치와 주차공간
이처럼 ‘누구에게’ 읽힐 것인가는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누구에게 읽힐 것이냐에 따라 메시지의 어떤 측면을 부각시킬 것인지, 어떠한 문체로 쓸 것인지, 어떠한 사례와 비유를 인용할 것인지, 나아가 어떤 매체에 글을 쓸 것인지가 결정됩니다. 그래서 저는 ‘누구에게’가 글쓰기의 80%를 좌우한다고 감히 주장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의외로 이 ‘누구에게’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쓰는 것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팔리는 글을 쓰려면 가장 먼저 내 글을 읽어줄 사람, 즉 독자가 누구인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내 독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에 모여있는지를 알고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는 글쓰기에서도 유효한 말입니다. 아니, 글쓰기에서야말로 가장 중요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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