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교는 나중에, 일단은 정확히 전달하는 것부터

잘 읽히는 글쓰기의 중요성②

by 임효진

중요한 사실을 말씀드릴게요. 흔히 ‘잘 쓴 글’ 하면 우리는 수려한 문장력을 생각하지요. 하지만 글쓰기에서 수려한 문장력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 오해는 마세요.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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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멋진 문장도 전달이 잘못되면 곤란하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문장력이란 아마 생생한 비유와 표현으로 감탄을 부르는 문장을 써내는 능력일 겁니다. 그런데 단순히 비유와 표현만 잘 사용한다고 해서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되기는 어렵습니다. 그 전에, 일단 독자가 당신의 말을 알아들어야 생생하게 느끼는 것도 가능하거든요.

당신이 값비싼 보석들을 엮어서 근사한 장신구를 만들었다고 합시다. 그걸 본 사람들이 감탄하며 외칩니다.


“정말 아름다운 귀고리네요!”

“귀고리라고요? 브로치 아닌가요?”

“브로치라뇨, 이건 목걸이의 팬던트죠.”


그리고 당신은 이렇게 말합니다.


“어.. 이거.. 열쇠고리인데...”


그냥 취미로 만든 거라면 서로 머쓱하게 한 번 웃으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돈을 받고 파는 물건이라면 다르지요. 손님은 귀걸이인 줄 알고 샀는데 사실 귀걸이가 아니라면 문제가 되니 말입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문장이 아름다워도 읽는 사람이 다른 뜻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것뿐인데, 세상이 당신을 무정부주의자로 생각한다면? 사랑의 기쁨을 표현했을 뿐인데, 세상이 당신을 성인물 작가로 생각한다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님은 갔지만 해석은 남는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처럼, 모든 작품은 작가의 진짜 의도보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해석이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만해 한용운의 유명한 시 <님의 침묵>을 아시지요?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로 시작하는 그 시 말입니다. 학교에서 그 시를 배울 때는 ‘님’이 일제에 빼앗긴 조국을 의미한다는 게 거의 공식처럼 문제에 출제되곤 했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저는 그때도 그게 정말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요.


아니, 누가 그래? 작가가? 빼앗긴 조국과 내가 ‘굳고 빛나던 맹서’를 했다고? 공무원이셨나? 아니, ‘날카로운 첫 키스’도 조국과 했어? 그리고, 조국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했다니, 태어날 때부터 이 나라가 망할 걸 알았다는 뜻인가? 당췌 뭔 소리야, 이게.


...라고 속으로만 생각했습니다. 물론 시험 볼 땐 ‘님=빼앗긴 조국’이라고 써내곤 했지만, 솔직히 지금도 잘 이해는 가지 않습니다. 만해 선생님께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지요.

그나마 이건 시니까 그러려니 합니다. 시적허용이라고 하잖아요. 비록 나는 납득을 못 하겠지만,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거지요. 하지만 일반적인 칼럼이나 실용적 정보를 제공하는 글에서는 그러면 곤란합니다. 독자가 작가의 의도를 헷갈리게 받아들이면 잘못된 정보가 생겨나니까요.


명확함이 먼저, 기교는 그 다음

멋진 표현은 나중 문제이고,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바를 잘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때 ‘잘 전달하는 것’은 의미가 명확한 것, 이해하기 쉬운 말을 쓰는 것, 지루하지 않게 하는 것 등을 포함합니다. 이것이 먼저 충족되지 않으면 아무리 참신한 표현력을 사용해도 제대로 먹혀들지 못합니다.


의미의 명확함 : 무엇을 말하려는지 한 번에 알 수 있는가?

이해하기 쉬운 어휘 : 독자가 사전을 찾아보지 않아도 되는가?

지루하지 않은 전개 : 끝까지 읽을 수 있는 흡입력이 있는가?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리는 기교는 독자에게 그저 '어려운 글'로 남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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