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차고에 고양이가족이 자리를 잡았다

by 임효진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 창고로 쓰는 주차장에서 갑자기 부산스러운 소리가 난다. 돌아보니 고양이 가족들이 잔뜩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중. 저 침입자 닝겐은 뭐냐!! 라는 눈빛이지만, 아니 이 녀석들아, 여긴 원래 내 집이라고.



깜장냥 아기가 넷에 고등어냥 아기가 둘. 엄마가 고등어냥인 걸 보니 아빠는 깜장냥인가보다. 몸집도 작은 게 많이도 낳았네. 장마철인데, 지붕도 있고 구석지고 숨을 곳도 많은 여기가 마음에 들었나보지. 귀찮아서 물건을 막 쌓아둔 걸 잘했다고 해야 하나.


전에 살던 시골집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안 쓰는 창고에서 삐약삐약 소리가 나서 열어보니 아직 어린 엄마냥과 세 마리 아기냥들이 있었지. 그중 한 마리가 눈이 안 보였는데, 어느 날 장맛비 추적추적 내리는 날 마당에서 싸늘하게 발견됐었다. 흰 종이로 고이 감싸서 뒷산에 잘 묻어주었다. 그후부터는 엄마냥이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잠시 후회를 하긴 했지만, 여전히 나는 길냥이를 집에 들일 생각은 없다. 늙은 개 한 마리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게으른 내가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안 되지, 절대 안 돼. 난 고양이를 키워본 적도, 키울 생각도 없었다고. 어설픈 동정이 오히려 더 무책임할 수 있다.


다만 당분간 밥은 하루 한 번씩 챙겨주기로 했다. 한주먹도 안 되는 저 애기들이 장맛비를 맞으며 돌아다니게 만들기는 좀 그렇잖아. 때마침 예전 집에서 챙겨주던 고양이사료도 남아있다. 오래되긴 했지만 밀봉되어 있었고, 유통기한도 남아있으므로 이것까지만 주자. 이 사료를 다 먹을 때쯤엔 장마가 끝날 테고, 그때쯤이면 애기들도 독립할 시기가 될 거다.




사실 나는 캣맘을 싫어한다. 도시에서 캣맘들의 활동은 고양이의 개체수를 제멋대로 늘리기 때문에 도심생태계를 파괴하고 주변인들에게 피해를 주거든.


하지만 다행히도 여기는 시골. 고양이 몇 마리 더 생긴다고 피해볼 사람이 없는 곳. 마음껏 사냥할 쥐와 새와 개구리들이 널려있는 곳. 덕분에 시골에서는 길고양이들은 인간과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하다. 인간은 오가는 고양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고양이들은 집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쥐와 뱀이 보이면 쫓는다.


얼마 전 마당에서 뱀을 만난 터라 이 아이들이 내심 반가웠던 것도 사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까마귀놈들이 잘 안 보이네? 근처 캠핑장에서 치킨뼈를 가져와 지붕에서 시끄럽게 먹고, 남은 뼈는 마당에 버리는 못된 놈들이다. 오.. 이건 좀 기특한데?


덕분에 집을 나서거나 귀가할 때 차고를 한 번씩 둘러보고, 출발 전 차 밑에 고양이가 없는지 들여다보고, 차고가 보이는 창문으로 슬쩍 다가가서 밥은 다 먹었나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됐다. 아마도 나는 이 아이들이 좋은가 보다.


그렇지만 정은 주지 말아야지. 자라서 떠날 때까지만 남는 사료를 내줄 테니, 그 사이에 뱀과 까마귀를 쫓아주렴. 우리는 딱 그 정도, 냉정한 비즈니스 관계인 거다. 그래도 파트너들이 좀 귀엽긴 하다. 그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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